사설 #1: 창작이란 산고의 과정

창작은 생각할 때처럼 쉽게 나오지 않는다.

by 릭비



한 개인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정리한 글. 편한대로 작성했다.



필자는 창작활동을 좋아한다. 현재는 취미로 하고 있지만 업으로 삼길 원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 꾸준히 공부 중에 있다.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해 소설 집필과 설정놀음 등을 해왔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포기 하지 않고 시도한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니까.


창작활동과 관련된 격언 중에서 창작의 고통은 산고의 고통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 속에서 받는 고통은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다는 의미이다. 실제 임산부가 느끼는 물리적 고통에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작가나 예술가 개개인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은 그 정도라고 비유적으로 생각하면 좋다.


이 격언처럼 창작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창작이란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말처럼 쉽게쉽게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말하는 대로 글이 생기고 그림이 그려진다면 창작의 고통이란 말 조차 만들어 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모든 창작이란 결국 인내심과 근성의 싸움이다. 뭔가를 쓰려면 일단 책상에 앉아서 펜을 쥐든 키보드를 두드리든 해야 한다. 행위의 결과물이 있어야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책상 앞에 진득하게 오래 앉아서 고뇌를 하고 꾸준히 써내려 가서 텍스트가 한두장 쌓이다 보면 그것이 작품이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럴 듯한 글을 A4 용지 한매에 채워 넣으려면 기본적으로 1시간 조금 넘게 소요되었다. 자료를 조사하고 그것을 토대로 글을 쓰고,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서 오탈자 교정, 마지막 탈고까지 정석적인 방식으로 쓴다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


30분 이하로 떨어진 것은 대다수 글을 설렁설렁 쓰거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썻다. 근성이 딸려서 적당히 끝낸 것인데 개인적으로 불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결국 그런 글은 후에 탈고를 거쳐야만 볼만하다.


창작이란 결국 일단 진득하게 앉아서 뭔가 쓰고, 그리고, 표현을 해야 한다. 결국 남들한테 물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만든 완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살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종종 봐왔다. 어느 네이버 카페의 소설게시판에 소설을 쓰던 유저가 있었다. 그는 프롤로그를 그럴듯하게 쓰고 한두편 연재하다가 연중한 것이 다반사였다. 한두편 쓰면 양반이고 프롤로그만 쓰고 만 경우도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그 카페가 다른 사람에게 팔리는 그 날까지 한번도 완결을 내지 못했다.


이런 부류의 사람도 있었다. 나름대로 설정은 그럴듯하고 장황하게 늘어놓지만 막상 제대로된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챗방에서 만는 그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설정을 늘어놓았다. 그것만 보면 혹할만한 계획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결과물은 보여주지 않고 그저 챗방 노가리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결국 챗방에서 보여준 설정은 챗방을 나가지 못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처럼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그 결과를 제대로 현실화시킨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음에도 왜 그걸 실천에 옮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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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생각하면 간단한 답이었다.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실제 써내려 가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계획을 머리속으로 구상할 때는 즐겁다.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즐겁다. 물리적인 제약도 없다. 그러나 그걸 눈에 보이는 작품으로 승화할려면 고통이 따른다.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수단으로 옮기려고 하니 물리적인 제약이 생긴다. 상상하던 것과 달리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려 하면 상상과 다르고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사실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 구체적으로 써내려 가야되는데 그것이 힘들다.


상상의 경우 정해진 규칙 없이 자유롭게 설정을 구상하고 전개를 짤 수 있다. 비유하자면 백지 위에 자유롭게 끄적이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어떻게 쓰던지 상관없다.


그러나 집필은 다르다. 여기서 부터는 정해진 규칙이 있다. 기본적인 문법 부터 시작해서, 오탈자 교정, 주술어 호응, 정확한 어휘 등 신경 쓸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소설에는 소설의 문법이, 보고서에는 보고서의 문법이, 논문에는 논문의 문법이 있다. 각 글의 형식에 맞는 문체와 구조를 맞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백지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구상하고 천천히 스케치 부터 시작해 채색까지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비슷하다. 몇 시간에 끝낼 수도 있고, 몇년이나 걸리는 대장정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상상은 즐겁지만 창작하는 것은 괴롭다는 것이다.


그게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글, 특히 소설을 쓴다고 해도 설정놀음으로 끝나는 게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면 발전이란 없다.


예를 들어 톨킨과 조앤 롤링의 소설 세계관은 방대하다. 다양한 설정이 있고 설정만 따로 모은 책도 출간되어 있다. 그런데 톨킨과 롤링이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소설을 쓰지 않고 설정만 썼다면 지금처럼 성공한 소설가가 될 수 있었을까?


설정은 한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양념에 가깝다. 소설의 전개에 필요한 설정을 제시해야지, 소설을 쓰는 것 보다 설정 쓰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거나 설정을 보여주기 위해 소설을 쓰는 것은 선후 관계가 잘못된 것이다.


델 컴퓨터의 창업주 마이클 델은 생전에 이러한 명언을 남겼다. "아이디어는 공공재다.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핵심경쟁력이다." 그리고 < 창업가의 일 > (임정민 저)라는 책에서도 "원대한 아이디어보다 하찮은 실행이 낫다"는 비슷한 취지의 문장이 있다. 두 문장 모두 계획 보다는 실행에 방점을 두었다. 사업이든 글쓰기든 중요한 것은 머릿 속에서 꺼내 현실에서 실체화시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일단 써라. 일단 작품을 만들어서 보여 줘야 한다.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은 작품 그 자체이다. 어떤 설정을 썼는지, 어떤 구상을 했는지 그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설정으로 승부 낼 생각 말고 작품으로 승부하자. 그것이 장기적으로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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