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싫어하는 선생님
임용고시 1차 합격! 그런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내가 시험을 본 지역은 2차가 빡빡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으니까. 수업 실연과 심층 면접, 거기에 추가로 인문소양 평가를 위한 면접이 있었다. 인문소양 면접은 교육청에서 정해준 책 중 일부 문장을 출제하여 문장에 대한 이해와 적용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내가 시험을 응시한 해에 교육청에서 정해 준 인문소양 책은 무려 15권.
임용고시 2차는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아 더욱 막막했다.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5권 중 5권을 추첨해 준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면접 10일 전에 알려준다는 건 15권을 다 읽으라는 얘기였다.
간절했던 꿈이기에 정말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었다. 예상 문제를 만들고 답변을 하며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책을 외우는데 썼다. 카페나 도서관에서 나를 본 사람들은 책에 빠져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내가 책과 사랑에 빠진 줄 알았을 것이다.
임용에 합격하고 나니 책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시험을 위해 샀던 책과 함께 원래 가지고 있던 몇 안 되는 책들도 싹 정리해 버렸다.
“난 이제 책 안 읽을 거야!”를 외치며 깨끗해진 책장을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되어 학부모님과 상담을 하는데 머리가 띵해진 일이 있었다.
“선생님, OO이가 책에 관심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으로 학부모님께서 상담을 요청하셨다.
“책이요?!”
책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머리가 하얘졌다.
“어머님 저도 책을 싫어해서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책과 쿨한 이별을 택하며 있던 책들까지 정리해 버린 내 모습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당황스러웠고 얼굴이 빨개지고 상담 내내 횡설수설하기만 했다.
아이들에게만큼은 책을 싫어하는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이 가진 무지개(무한한 가능성, 지혜, 개성)를 더욱 빛나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으니까.
나의 꿈이자 나의 사명이 책이 싫다는 마음에 무너질 순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고 ‘내가 먼저 책을 읽어보자!’ 결심했다.
“어떻게 책을 다시 좋아할 수 있을까?” 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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