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아야 비로소

지루한 일상이

by HYOKIM

여러분은 문화생활을 사치라고 생각하나요?

시간을 내어 박물관/전시회에 방문하거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그림을 구입하는 행위가 과연 우리 삶에 사치여야 할까. 나는 종종 우리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행위에 인색하다고 느낀다.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일까? 예술은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합법적(?)으로 구경하고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결국 예술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이해이자,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스스로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인문학은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구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도.

인문학이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가는 사람이 남아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 결국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최근에 사진전 하나를 다녀왔다.

이경준 작가님의 'One Step Away'라는 전시였다.

작가님은 뉴욕에서 지내면서 카메라를 드는 순간이 자신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한다. 타지에서 기댈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진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또 그 무언가를 통해 다른 사람을 고무시키는 것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다. 아 부럽다!

이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도시 속 일상에 카메라라는 우연을 더하여 찰나를 기록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예술은 뭔가 심오하고 오랜 기간의 고뇌를 거쳐야만 할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전시를 완성시키는 것은 결국 관람자인 것도.

이 전시가 좋았던 이유는 다양한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결국 전시회를 나올 때엔 '나'를 남긴다는 점이다. 모든 전시가 작가를 주목할 때 이 사진전은 내가 직접 전시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마지막 챕터에서 나의 고민을 기록하고 이를 파쇄함으로써 전시를 완성시키는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세심하고 따뜻한 전시는 처음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때 이 전시를 다녀온 터라, 그 여운이 특히나 오래가기도 했다.

또다시 새로운 시작과 타지 생활을 앞두고 다가올 외로움이 무섭기도 하고 어떻게 이겨내야 하나 고민이 참 많았다. (지금까지도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나는 사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찰나의 행복이라면 충분할 것 같다.

결국 내가 적은 고민종이도 한낱 종이일 뿐이고 없애면 그만이다. 가끔은 고민에서 빠져나와 한발짝 멀리서 바라보는 법도 배워야겠다.


07.202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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