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날씨를 극복하지 못한 나약한 유학생
한국에서 바리바리 챙겨 온 멀티비타민이 떨어져 갈 때쯤
상트 페테르부르크도 날씨 암흑기가 시작되었다.
그렇다. 여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고 이 도시에 빠졌던 나는 겨울의 이 도시가 어떨지 상상도 안 해봤던 것이다.
생각보다 북유럽의 겨울은 굉장히 길고, 어둡고, 조용하며 우울했다.
이럴 때 내가 필요한 것은? 바로바로 비타민 D
해가 거의 없는 겨울에 비타민 D가 없는 삶은 그야말로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 정도와 맞먹는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제야 기숙사 친구들이 여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곧 겨울이야. 비타민 D 사놨지?”
와. 여름에는 그 말이 어찌 귀에 안 들어오던지.
겨울이 되고 나서야 나는 그 친구들이 왜 나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었는지 깨달았다.
북유럽에 위치한 상트페레르부르크는 겨울이 되면 오후 4시쯤이면 해가 진다. 낮에 잠깐 뜨는 해마저 매일 보기 힘들다.
구름 잔뜩 낀 도시를 걷다 보면 지금이 몇 시인지 통 가늠이 안된다.
그러면서 나의 생체리듬이 깨지는 것이다. 잠이 쏟아지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그렇게 힘들더라.
아침 수업에 출석하는 것만으로 기적이 되고 내가 곰인가 싶을 정도로 잠을 많이 잤다.
그 와중에 내 정신을 붙들어주는 것이라고는 비타민D뿐이라는 것이다. 나의 구세주
그 즉시 비타민D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몸이 어느 정도 말을 듣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제 기다림의 시작이다. 여름이 올 때까지.
요즘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묻는다.
비타민D 잘 먹고 있지?
내가 애정하는, 매정한 겨울을 함께 지나고 있는 나의 동지들이 오늘도 애정 어린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
다들 비타민 잘 챙겨드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