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3] 각자도생

내가 생각한 러시아 대학교는 이게 아니었는데…?

by HYOKIM

러시아에 대해서 꽤 오래 알아온 사람으로서 러시아 대학교에 대해서 내가 들은 바가 여럿 있다.

먼저

러시아 대학은 한국과 달리 반을 나누고 그 반이 졸업할 때까지 이어진다는 것.

시간표를 학교에서 반별로 정해준다는 것.

도시 곳곳에 학교 건물이 흩어져있다는 것.

출석이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

강의의 종류도 더 다양하다는 것(강의, 세미나, 실습,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

등등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같은 반 친구들끼리 고등학교처럼 같이 수업을 듣고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학별 분위기나 구조의 차이는 조금씩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기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입학했다.


근데 이게 웬걸!

입학한 지 한 달, 두 달,, 이 지나도 같은 반 친구들과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다…

한국 대학이었다면 당연히 시간표도 다 다르고, 애초에 모두가 가깝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기대도 안 했겠지만

러시아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마 학사, 석사의 차이도 클 것이라 생각한다.

학사는 거의 4년을 함께 지내야 하고 수업도 훨씬 더 많고 빡빡하기에 친해질 수 있지만

석사생들은 학교생활 이외에도 자신의 커리어, 관심분야를 정하고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다들 이미 바쁘다.

초반엔 좀 당황했지만 그래도 나는 곧잘 적응했다.

다행히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을 만나 쉬는 시간에 가끔 잡담을 나누기도 하고, 수업에서 같이 토론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드루지야(친구, друзья)의 벽은 높은 것.

러시아는 동료, 지인, 동지에서 친구로 가는 벽이 아주 높다. 그만큼 한 번 친구가 되면 아주 단단한 우정을 나누긴 하지만.

결국 오늘도 슈퍼 E 인 내가 참지 못하고 정적을 깬다.

유학생의 또 하나 중요한 자질이라 한다면 바로 사람들에게 말을 잘 걸 수 있는 능력이다.

유학생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으로서 해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사람을 잘 두고, 사귀는 법을 알아야 한다.


결국 나는 러시아 대학에서도 각자도생이다. 착실히 숙제를 하고 수업에 참석하고 주어진 일을 해낸다.

하지만 가끔 학부생활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학식 먹고, 시험기간에는 같이 카공하다 한 잔 하던, 그런 기억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졸업하기 전에는 우리… 드루지야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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