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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Nov 30. 2023

나의 산티아고_1

(Camino Primitivo_Oviedo)

말하는 대로 맘먹은 대로 이적의 노래 가사처럼, 생각에만 있었던 걸 말하고 나니 거짓말처럼 현실로 다가온 날이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어 난 이제 그 길로 향하고 있다. ‘내가 한 말이 운명이 된다.’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한마디 건넬 때는 한마디 한마디 조심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주저하지 않고, 내뱉으리라 다짐한다.      


“씩씩하게 잘 걷고 와” 뽀빠이가 꼭 안아주며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는데 살 좀 더 쪄야 하는데 괜히 또 목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꾹 삼키며 “잘 다녀올게. 보고 싶어도 참고 기다려줘” 나의 빈자리를 채워줄 아이들도 꼭 안아주며 눈을 마주하고 물고기자리를 나섰다.    

 

10월 21일 01시 30분 인천-도하-마드리드를 경유하는 카타르 항공에 몸을 실었다. 장시간의 비행이 오랜만이라 몸이 주리를 트는 것 같은 피곤함이 밀려옴도 잠시 홀가분한 마음에 기내식과 와인 한잔 여유 있게 마시며 그동안 모자랐던 잠도 자고 끌리는 영화도 3편이나 보며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첫걸음을 시작해야 하는 오비에도 이동 역시 이베리아 항공으로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비행 18시간 만에 도착한 오비에도 공항에서 버스로 40분 달려오니 오비에도 시내에 도착했다. 도시에서 만난 바닥의 조가비 문양과 거리에 Camino 표지판을 마주하니 심장이 쿵쿵 내가 진짜 왔구나! 이 길을 걷게 되는구나! 입꼬리가 올라가며 입가에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알베르게를 향하는 길에 오비에도 산살바도르 대성당이 보인다. 종이 울리는 걸 보니 곧 미사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클래식하고 웅장한 대성당을 눈에 담고 미사를 보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니 이곳에서 보낼 시간이 나에게 진정한 휴식이 되겠구나 싶다. 떠나오며 불편했던 마음을 다 내려놓고 2주 동안 가족들을 잘 지켜달라고 이곳까지 날라 온 나의 걸음이 큰 쉼이 되어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힘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이곳에서 순례자 여권(Credencial)을 구매할 수 있다. 크레덴시알은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며, 이것이 있어야만 알베르게 투숙이 가능하고 완주 시 인증서를 받을 때 확인하는 꼭 필요한 문서다. 사전에 한국 산티아고 순례자협회에서도 구매 가능하니 온라인을 이용해도 편할 것 같다. 미사를 마치고 나와 구급 맵을 켜고 첫 알베르게로 향한다.

나의 첫 산티아고 첫 알베르게 엘 살바도르에 도착했다. 제이콥에게 선물 받은 크레덴시알에 첫 세요(Sello)가 찍혔다. 세요는 크레덴시알에 찍히는 인증도장을 말하는데 알베르게, 성당, 카페에서 찍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앞으로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요가 나의 크레덴시알이 찍힐지 기대가 된다.

숙소에 짊을 풀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니 뱃속에서 천둥이 친다. 난 왜 이리 집 밖으로 나오면 배고픈지 모르겠다.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맥주 한 병과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오징어 먹물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맛있게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내일 걸음을 위해 잠을 청했다.

어디서든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나의 좋은 장점 덕분에 첫날밤 시차 적응이랄 것도 없이 잘 자고 일어났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깬 나는 공용휴게실로 가서 이리저리 살핀다. 여러 나라의 책이 꽂혀 있는 걸 보니 가져온 배낭이 무거워 두고 갔겠지? 사실 나도 9kg 남짓 되는 배낭을 메고 걸어보는 건 처음이라 이 배낭을 메고 끝까지 이 걸음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과 의문이 한꺼번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으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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