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가졌을 때 입덧이 뭐야, 할 정도로 돼지고기, 소고기, 치킨, 족발, 뼈해장국 등등 남의 살이라면 가리지 않고 육식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30kg이나 늘어났는데, 먹방 태교 덕분인 건지 태어난 딸도 고기반찬이라면 환장하는 육식 마니아로 자랐다.
금요일이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기특한 딸이 집으로 온다. 고기반찬 좋아하는 딸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먹이는 시간, 요리를 즐거워하는 나에게도 특히 기다려지는 날이다.
마트 특별행사 전단지를 꼼꼼하게 살펴 3kg 무게를 자랑하는 등뼈를 단돈 만 원에 업어왔다. 굳이 할인을 안 하더라도 돼지등뼈는 언제나 옳다. 등뼈 한 봉지만으로도 가족과 물고기자리 식구들 모두 입이 호강하고도 남으니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자주 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착한 식재료다.
아침 8시, 한 냄비면 여러 사람 입이 즐거워질 등뼈찜을 시작해 본다. 어젯밤 핏물을 빼기 위해 담가 두었던 등뼈를 찬물로 서너 번 헹구어 뼛조각과 불순물을 씻는다. 씻은 등뼈를 큰 냄비에 담아 찰랑찰랑 뼈가 담길 만큼 물을 붓고 소주 반 병을 더해 뚜껑을 닫아 끓여 주는데, 후르르 넘치지 않는지 잘 살펴야 한다. 한번 끓여낸 등뼈를 찬물에 휘리릭 헹구어 밑 작업을 마무리한다.
양념간장 별거 없어요~~~
등뼈찜의 맛을 좌우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양념이다. 먼저 간장 한 컵, 물 한 컵, 단맛을 책임질 깍둑썰기한 배 반쪽, 양파 한 개를 믹서기에 갈아 준비한다. 냄비 바닥에 양파를 채 썰어 깔고 손질한 등뼈를 가지런히 담은 뒤 믹서기에 갈아두었던 양념을 아낌없이 붓는다. 물 한 컵을 믹서기에 담아 남은 양념까지 말끔하게 소환한 다음, 센 불로 끓여준다. 한소끔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춘다.
다진마늘, 생강, 페페론치노 한꺼번에 퐁당!!
냉동실에 쟁여둔, 갈아놓은 생강 한 티스푼은 등뼈찜의 풍미를 배가시킬 주인공이다. 갈아 둔 게 없다면 생강가루라도 꼭 넣을 것을 추천한다. 살짝 간을 보아 단맛을 추가하고 싶다면 설탕을 기호에 맞게 첨가해도 좋다. 요리하는 그날그날 양파의 크기와 배의 맛에 따라, 단맛이 달라질 수 있기에 나는 설탕 한 스푼을 추가하는 편이다. 이때 다진 마늘도 반 컵 넣는다.
맵고 칼칼한 맛을 원한다면 청양고추나, 페페론치노를 취향껏 넣어도 좋다. 심심한 맛보다 살짝 매운맛을 좋아하는 식구들을 위해 페페론치노 5개도 추가했다. 나머지는 인덕션이 할 일이다. 중불 50분, 세팅 완료다.
요알못이라면 이렇게
등뼈찜의 밑 작업은 똑같다. 다음 양념이 번거롭다 싶으면 시판용 불고기 양념을 한 병 붓고, 동량의 물을 부어준 뒤 센 불로 한소끔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추고, 생강 한 티스푼, 간 마늘 반 컵을 넣어 중불에 50분 끓인다. 매운맛을 원한다면 청양고추나, 페페론치노를 취향껏 넣는다. 마지막 냉장고 속에 있는 채소들(대파, 버섯류, 양배추, 당근)을 적당히 넣어주면 된다.
생강은 고기 맛의 풍미를 높여주고 잡냄새도 잡아주며 여러 가지 효능을 볼 수 있는 식재료이다.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 완화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다. 메스꺼움이나 구토에도 효능이 탁월하다. 감기와 감염 질환 예방에도 좋다. 감기 기운 오를 때 따뜻한 생강차 한 잔이 때론 특효약보다 나을 때가 있다.
오후 2시, 바빴던 물고기자리 점심 장사를 대충 마무리하고 가족들 밥상 준비를 위해 밥통 취사 버튼을 눌렀다. 오전에 50분 세팅을 맞추었던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간장양념이 등뼈에 골고루 스며들었다. 반들거리는 양념 밑으로 푹 익은 고기가 꽤나 부드럽게 잘 발라질 것 같다. 밥이 지어질 때까지 대파를 넣어뭉글하게 끓여주면 끝이다.
큰 접시에 먹기 좋게 담고 있는데 내 코가 벌써 입맛을 다신다. 단짠단짠 살짝 매콤한 향까지 곁들이니 침이 꼴깍 넘어간다. 뚜껑만 열어도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먹기 좋게 익은 김치 한 포기 꺼내어 한 접시 곁들이면 열 가지 반찬 부럽지 않은 배부른 밥상,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