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시작 (일본 자전거 여행)

대구에서 부산 후쿠오카 그리고 히타로

by 펭귄여우

대구에서 후쿠오카로 가는길

살면서 한 번쯤은 이유 없이 도전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5월 15일이 그날이었다. 사실 출발하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니 출발하고 나서도 아무 생각도 없었다. 대구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서부정류장으로 향했다. 날씨가 시작부터 영 좋지 않았다. 출발할 때부터 추적추적 내린 이 비는 일본 자전거 여행을 할 때에도 나를 괴롭혔다.

자전거와 짐들, 텐트 침낭 옷 등 무게가 7kg 정도 되었다

서부정류장에 도착해서 부산으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실으려고 하니 버스 기사님이 자전거가 커서 한 번에 안 들어가겠다며 타이어를 빼라고 하셨다. 앞바퀴를 빼고 자전거의 모든 부분을 짐칸에 실은 뒤 부산으로 출발했다. 1시간 30여분을 달려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이동하기 전에 자전거 브레이크가 비명을 지르는 걸 해결하기 위해(WD40은 절대 뿌리지 말 것, 디스크 브레이크에 WD40이 들어갈 시 브레이크가 소리가 난다) 인근 자전거점에 가서 브레이크 수리를 맡겼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가는 길은 날씨도 좋지 않고 길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대구에서부터 시작된 비가 부산에 와서는 더 심해졌다. 처음에는 잠시 쉬면 그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치기는 커녕 하늘에서 양수기 펌프라도 틀어놓았는데 점점 더 거칠게 내렸다. 그래서 첫날부터 비를 맞으면서 강행했다.

그리고 부산의 山은 쉽지 않았다. 왜 부산이라는 이름에 산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는 도시였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자전거를 실기 위해 뉴카멜리아호 수속을 진행했다. 자전거를 배에 싣기 위해서는 일반 승객들보다 1시간가량 더 빨리 와야한다. 다만 선내반입과 위탁반입이 있는데 선내반입을 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오후 5시까지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내반입으로 자전거를 실는 비용은 2000엔이었다. 위탁반입은 1500엔이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자전거를 들고 있으니 사람들이 자전거도 들고 갈 수 있냐며 수근수근한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옆의 자전거를 가지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전거를 가지고 온 한국인은 나뿐이었고 대부분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다들 중국에서 인천으로 들어와 한국 종주를 마친 뒤 일본으로 가는 루트인 듯했다.

승선 시간이 되자 일반 승객들이 다 탑승하고 난 뒤 자전거를 실으러 출발했다. 승무원이 자전거를 묶을 노끈 하나를 준다. 그걸로 자전거를 배에 묶고 내 잘 곳을 찾아 떠났다.


뉴카멜리아호 저녁 카레

항상 뉴카멜리아호를 탈 때마다 생각나는 것인데 한일 왕복 선박이지만 필리핀,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승무원들이 많다. 이 분들이랑 이야기하면 항상 즐겁다. 간단하게 담소를 나누고 맥주 한잔하고 잠에 들었다


후쿠오카에서 히타로

5월 16일 오전 7시

자전거는 언제나 마지막이다. 일반 승객들이 하선한 후 입국심사를 받았다. 일본은 검역을 철저하게 진행하는지 자전거 타이어를 닦아주시는 분이 있다. 입국심사가 끝난 뒤 후쿠오카에서 바로 히타로 출발했다. 첫날 주행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크게 한국이랑은 차이가 없었다. 자전거를 타며 도착한 미나미후쿠오카역. 이곳에서 밥을 먹을까 싶어 라멘가게에 들어가 근처 주륜장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다. 일본에서는 지정주차구역이 아니면 자전거를 견인해 가기 때문에 무조건 주륜장이나 가게에서 마련해 준 곳에 세우는 게 낫다. 주륜장은 처음이라 조금 헤매다가 주차를 한 뒤 라멘가게에 다시 갔다. 오픈 시간이 10시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근처 마트로 가서 유부초밥과 프로틴셰이크를 샀다.

유부초밥과 프로틴

이게 나의 일본자전거여행에서의 첫 끼였다.

순조롭게 히타로 가는 길. 길가에 작은 신사가 하나 보였다. 초자마치다이 신사라는 곳이었다. 신사 내부에는 놀이기구들이 있는게 꽤 아이 친화적이구나 싶었다. 이곳에서 세전함에 돈을 던져놓으며 빌었다.

이번 여행에서 다치지 않게 해 주세요



히타로 향하다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작은 일식집에 들어갔다. 식사 중 옆의 할머니들이 갑자기 초콜릿을 나눠주신다. 손사래를 쳤지만 주시고 쿨하게 가셨다. 감사히 받아서 먹었다.

순조롭게 밟아... 는 아니고 산 넘어 산을 넘어 히타의 요아케야쿠토 온천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진격의 거인 작가가 이곳 출신이라 어딜 가든 진격의 거인과 관련된 곳들이 보인다. 이 온천도 그랬다. 내부에는 진격의 거인 만화에 나온 벽이 있다.

수건도 진격의 거인이다. 사장님이 정말 재밌으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놀라고 도쿄로 간다고 하니 놀라신다. 온천욕을 즐긴 후 이곳 사장님한테 히타의 추천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니 야키소바라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도 조심히 다니라고... 가게도 소개받았는데 아쉽게도 가지 못했다.

첫날은 잠을 편하게 자기 위해 호텔 소시아란 곳에 묵었다. 근데 이곳 무언가 심상치 않다. 온통 진격의 거인으로 도배되어 있다. 모든 곳에서 진격의 거인 굿즈들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주륜장은 없는지 자전거를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안내해 준다. 주차를 마친 후 맥주를 한잔 하러 가기 위해 히타역으로 향했다.

히타 역에 도착하니 리바이 동상이 보인다. 보진 않았지만 대사 하나는 안다. 병장 하나를 조심하라고?

이 날은 교자집에서 교자와 맥주를 먹고 마무리했다.

첫날은 그렇게 힘든 주행은 아니였다. 그러나 다음날에 큰 사건이 하나 생겼다


2025년 5월 15,16일

첫날 79km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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