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에서 유후인으로 자전거
아침 일찍은 아니고 천천히 호텔 소시아에서 나와 오이타로 가기 위해 페달을 밟았다.
날씨가 출발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비가 그치기를 고대하면서 산속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높은 산들이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다 지쳐 결국 자전거를 끌면서 올라갔다. 고도가 450m 정도 되었다. 지나가는 차량에 탄 사람들이 나와 눈을 마주치면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간다. 응원의 표시인가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개구리들의 합주가 온 산을 덮었다. 날씨가 이렇더라도 계속 업힐이니 땀이 쏟아진다
산에서 만난 무덤
이 근방은 전파가 터지지 않는다. 이런 곳에 무덤이 있는 건 어떤 연유일까
구스마치로 가는 길에 있는 오이타 672번 국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꽤 된 듯하다. 간판이 지워지려 한다. 근데 국도에서도 전파가 터지지 않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양 옆이 삼나무 숲으로 되어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떨쳐낼 수 없었다.
도로가 갈라져 있었다. 정비가 되지 않는 샛길인지라 그런 듯하다.
그래도 큰 도로로 향하는 방향이라 계속 직진했다
길 가다가 만난 작은 신사
뱀 신사인 듯했다. 작은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당일에 바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달리다 보니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고 출출하기도 해서 구스마치의 길거리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사장님이 반겨준다. 손님은 나 하나였다.
소고기 규동과 칼피스소다를 시켜 먹었다. 사장님이랑 이야기를 이것저것 나누었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오이타로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전에 한국 자전거 그룹이 왔었는데 일본어가 아예 안되어서 고생했다는 말도 하셨다. 그 말을 끝마치고 혹시 한국어를 조금 가르쳐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랑 감사합니다를 가르쳐드렸다
사장님이 갑자기 자기 앵무새를 소개해주었다. 이름은 토리짱
자기 이름이랑 간단한 단어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다. 계속 토리짱이 오이데 오이데(이리 와)라고 말하는데 사장님은 문다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거리를 두고 지켜보니 혼자 삐져서 꽥하고 소리를 지른다.
카페를 뒤로 하고 산으로 향했다. 오늘은 필히 저 산을 넘어가야 되었다. 계속 비가 내려서 그런지 강물이 넘실넘실된다
시골길을 달리다 만난 뱀.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뱀들이 아스팔트 위에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일광욕을 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이 날은 비가 내려 태양이 없었다
구글 자전거지도를 믿고 따라가다 만난 방죽길
뭔가 길이 이상한 듯싶었지만 구글을 믿고 있었기에 쭉 달렸다.
다시 산길로 향했다
지나가다 만난 붉은배영원.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친구이다
산길을 달리다 보니 이때쯤부터 차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한국처럼 도로만 따라가면 큰 길이 나오겠지 생각하며 전진했다.
전파가 안 터지는 것은 물론이었다
지나가다 만난 폐공장. 분위기가 스산했다. 한 번 들어가 볼까 고민하다 가지는 않았다.
구글 지도를 믿고 따라갔건만 원래 가려던 길이 막혀있었다. 길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다른 곳에는 어디로 연결된 길이 있겠지 싶어서 계속 산 위로 올라갔다. 이것이 패착이었다.
계속 직진하다 보니 뭔가 길이긴 한데 길이 아닌 것 같은 곳으로 들어왔다. 가는 도중에는 댐도 있었는데 사용은 안 하는 듯했다. 내가 본 댐은 아마 松木ダム였을 것이다. 댐 옆으로 따라 달리니 계속 산 정상으로 향하는 듯 오르막길이었다. 머리 위에서 까마귀들이 기분 나쁘게 울부짖는다. 1시간여를 달리다 보니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안일하게도
전파가 터지지 않다 보니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괜찮겠지 괜찮겠지 생각하며 1시간을 더 길을 따라 앞으로 갔다. 더 들어가니 길도 아닌 자갈로 이루어진 길이 나를 막아선다. 그래도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이 있어 타이어 자국을 따라갔다. 이제는 그냥 진흙길이다. 저 멀리서는 노루들이 나를 보고 놀라 도망간다. 바로 옆에는 죽은 나무들을 강이 삼키고 있다. 그리고 멧돼지도. 이제는 길이라고 볼 수도 없는 길에는 산사태 때문인지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보다 큰 암석들이 즐비하다. 더 가다 보니 아까 본 타이어 자국에 물이 고여있고 그 속에는 올챙이들이 마치 여길 사람이 왜? 라는것 마냥 몇백 마리가 도망간다. 맞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길이란 걸 느꼈다. 앞으로 직진했다. 그래도 타이어 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가다 보니 작은 다리가 보인다. 문제는 다리 옆의 둑이 다 부서져 있었다. 아 이건 더 지나가면 안 되는 길이 구나 가 뇌리를 스쳤다. 남은 음료는 비타민c 음료 반 정도. 전파는 여전히 터지지 않는다. 여기서 직진할까 돌아갈까를 고민하던 나는 결국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진짜 급하면 옆에 강물이라도 마실 생각이었다. 2시간을 주행했으니 돌아가는 길은 2시간. 또한 길도 길이라 할 수 없는, 도로가 아닌지라 신체적인 피로가 컸다. 자전거가 버텨주길 바라며 2시간 동안 주행하며 다시 사람들이 보이는 문명이 존재하는 곳으로 돌아왔다.
근처 마을로 내려오자마자 어떤 할아버지가 보이길래 혹시 마실 멋좀 주실 수 있냐고 물으니 녹차를 주신다. 나에겐 생명수 같은 것이었다. 한 병을 더 주시려 하길래 극구 사양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원래는 오이타까지 갈 마음이었는데 도합 4시간을 조난당했기 때문에 해가 질 가능성이 높아 근처의 도시인 유후인으로 향했다.
또 산길을 달리고 달리다 지나가다 무언가 움직이길래 촬영한 도랑게
산에서 게를 만나는 건 또 신기했다.
유후인으로 가는 길 정비가 아예 되어있지 않다. 그래도 주변에 차들이 지나다닌다는 것에 위안을 가지리라
달리고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해가 져물어가고 어둠이 찾아온다.
결국 숙소에 도착할 때는 해가 완전히 져버렸고 숙소의 밥때는 지나있었다. 그래서 컵라면을 먹었는데 사장님이 불쌍해 보였는지 남은 주먹밥을 주신다. 이 날은 살면서 제일 고비였던 날 중 하나로 기억이 남을 듯하다
중간에 꺾인 부분이 조난당한 흔적이다
자전거 타고 고도 800m 언저리로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소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