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nner courage Sep 26. 2023
5시가 다 되어갈 무렵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다. 전이성 대장암으로 항암치료 중인 A가 오늘 새벽 응급실에 왔다가 귀가 했었는데 재방문했다는 소식이었다. 장염이 의심되어 입원지시를 했는데 얼마 후 환자가 입원을 거부한다는 연락이 왔다. 심한 증상으로 응급실에 왔는데다 평소 의료진에게 협조적인 환자라 의아해서 응급실로 직접 만나러 갔다. A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집에 가려는 이유를 묻자, 아들이 혼자 집에 있다며 "아무것도 안챙겨놓고 왔어요, 아들 혼자있는데 뭐라도 챙겨두고 와야지요. 챙겨만 주고 다시 와서 입원할께요."라고 했다.
A는 수년째 2-3주 간격으로 계속 만나고 있고 나이대도 비슷하여 더 가깝게 느껴지는 환자이다. 이런 상황에 A를 혼자 둔 가족들이 원망스러워 뾰족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남편은요? 여동생들은요?"
남편은 타지역에 직장있어 지금 없고 여동생들도 타지역에 살아 병원 올 때만 같이 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 A에게 다녀올 수 있겠냐고 어떻게 다녀오시려고 하는지 묻자 빙그레 웃으며 "진통제 맞으니 좀 나아요. 올 때도 혼자 운전해서 왔는데 다녀올 수 있어요." 한다.
몇시간후 병동에서 연락이 왔다. 응급실에서 보다 상태가 나빠진 채 A가 병실에 도착했다. A는 집으로 가서 설사를 20회 이상했고 구토도 여러번 했으며 복통도 다시 심해졌지만, 초인적인 힘으로 아들을 챙겨주고 운전해서 병원으로 왔다. 죽을힘을 다해 버티던 A는 병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주저 앉았고, 병원 보안팀에서 휠췌어로 병실까지 데려다주었다.
몇시간 사이 헬쓱해진 A를 보고 있으니 화가 났나보다. A가 "선생님, 인상쓰지 마세요, 주름생겨요. 저 잘 다녀왔어요." 한다. 어머니는 진정 위대하다. 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고 왔으니 나는 어머니를 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