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거에요

by inner courage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거에요
p164 <취미는 사생활> 장진영, 은행나무


오늘 오후 진료가 끝날 무렵, 새로운 환자를 만났다. 몇가지 검사를 하고 결과보러 오기로 했는데 마지막엔 역시나 그 질문이다. 최대한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고 난감한 질문.


"얼마나 남았나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의사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O개월 남았습니다." 하고 답하는데 정말이지 놀랍고 부럽기까지 하다. 기대여명은 여러 통계자료로 알려져 있지만 그 숫자가 절대적이진 않다. 그저 중앙값일 뿐으로 짧은 경우와 긴 경우 사이의 차이가 매우 크다. 같은 4기 환자라 하더라도 전이의 정도나 크기, 암세포의 성격, 환자가 가진 기저질환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쁜 예후가 예상되었더라도 치료에 반응이 좋아 아주 오래 사는 환자도 분명히 있다. 그렇기에 이 질문에 답하기는 정말 난처하다. 특히 기대여명이 매우 짧은 암일 경우 더욱 그렇다.


반면에 본인의 상황을 알지 못해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헛되이 쓰게 된다면 미리 얘기해 주지 않은 의사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료실에 흐르는 찰나의 침묵과 흐느낌, 원망어린 하소연이 어렵지만 솔직히 답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한마디 덧붙인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어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좋으시길 바라지만 혹시 안좋아지더라도 그때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거에요. 약속드립니다."




이전 08화진창에서도 피어난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