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에서도 피어난 꽃

by inner courage

몇일 전 처음 만난 C는 방광암 다발성 뼈전이 환자이다. 진료 중에도 심한 통증으로 식은 땀을 계속 흘렸고 말을 하던 중에도 통증으로 여러번 쉬어야 했다. 1주 전부터는 요통이 급격히 악화되어 눕지를 못했고 1주 내내 앉아서 지냈다고 했다. 신체검사를 해보니 오른쪽 다리는 힘이 떨어져 잘 들지 못하는 상태였다. 암의 진행이 예상되었고 무엇보다 요추부위의 '악성척수압박'이 의심되었다.


'악성척수압박'은 척추전이가 척수신경을 압박하거나 척수 내로 침투하여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처음에는 통증이 심해지다가 운동기능이 떨어지고 감각기능까지 떨어지게 되어 결국 하반신 마비에 이르게 된다. 빨리 진단하여 방사선치료나 수술을 해주면 일부 환자들은 마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급하게 입원을 하였고 통증조절부터 시작했다. 회진을 가자 C는 한결 편해진 얼굴이었고 통증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조금 잤어요. 감사합니다." 통증으로 찌푸리던 표정이 펴지자 촛점 없는 오른쪽 눈이 눈에 띄였다. 놀랍게도 수년전 사고로 다쳐서 우안은 실명한 상태였는데 다른 병원에 입원 중 옆자리의 환자가 술에 취해 유리병으로 얼굴을 내리쳤고 그때 실명했다고 했다.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술에 취해 한 행동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가해자는 교도소에 갔지만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


세상의 규칙은 너무 변덕스럽다. 아니 규칙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하나만 와도 치명적인 불행의 화살은 C에게만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병실에 누워있다가 이유없이 맞아서 실명이 되었고 몇년 지나니 암에 걸렸는데다 전이가 되어 일종의 시한부상태가 되었다. 이제는 악성척수압박까지 와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하반신마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암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끼는 건 세상은 진짜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에겐 복이 오고 나쁜 사람은 병에 걸려 벌을 받는 이야기는 판타지에 불과하다. 엄청나게 많은 좋은 사람이 암에 걸려 죽어간다. 암환자는 그저 운이 나빴던 것 뿐이다.


C와 같은 환자를 만나면 가끔은 세상에 화가 난다. 이토록 선한 사람에게 왜 이런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극심한 고통에 허우적 거려도 그 선함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진흙탕같은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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