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독서 모임에서 유가족에 대한 책을 다루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른 나이에 혼자가 되신 어머님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모임 회원은 2-3명을 제외한 모두가 근처 성당 교인인데 30년전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독서모임으로 이어진 오랜된 동네친구사이다. 그래서 인지 서로의 사정을 속속 들이 알고 있고 내밀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나누곤 한다. 나는 최근에 합류한 막내인데 거부감없이 받아 주셨고 덕분에 매달 여러 이야기를 듣고 지혜을 얻으며 넉넉한 따뜻함까지 느끼고 있다.
어머님은 40세에 혼자가 되셨다. 남편분은 갑자기 뇌종양을 진단받고 6개월만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입원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보호자 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단 하루도 떨어져 있은 적이 없었다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미련이 없다고 하셨다. 사별 후에도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들이 어렸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어느 여름날 해질 무렵, 아이와 동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간만에 얻은 작은 여유에 아이와 담소를 나누며 웃었던 것 같은데 이 작지만 소박한 여유가 다음 날 칼이 되어 날아왔다.
아직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돌아다니더라고..
뒷담화를 하는 사람보다 전해주는 지인이 더 미웠다고 하셨다.
'나는 아이스크림도 먹으면 안되는건가' 싶어 한참을 힘들었다고 하셨다.
얼마전 새로온 D는 25세 젊은 청년이다. 대장암이 여러장기로 전이가 되어 수술이 불가능했고 항암치료를 위해 우리과로 오게 되었다. 긴 속눈썹에 쌍꺼풀진 큰 눈, 고운 피부까지 청초한 코스모스 같다. TV에서 본 여느 아이돌보다 더 예쁜 청년이다. 나풀거리는 속눈썹에 정신이 팔려 한참을 바라보다 젊은 청년의 암울한 미래에 슬퍼졌다. 문득 옆에 계신 D의 어머니가 보였다. 진료 후 D의 어머님이 다시 면담을 신청했다. 마주 본 눈에 걱정이 가득하다. 예후에 대해 물어보셔서 설명드리자 눈물이 가득차고 이 사이로 흐느낌이 흘러나온다.
'저 하나만 보고 살았는데..'
D의 어머니는 젊어서 혼자가 되었고 아들하나만 바라보며 모진 세월을 견뎠다고 했다.
D가 가고 난 후 어머니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딜까?
회진을 가자 평소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보호자가 보인다. 환자만 생각하던 내가 남겨질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D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