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는 숨이 차고 기력이 없어 걸을 수도 없을 지경이 되어 병원에 갔다. 심한 빈혈과 혈소판감소가 있어서 혈액내과로 배정되었으나 여러 검사를 거쳐 결국 위암 다발성 전이(뼈, 난소,복막,폐 등)를 진단받고 종양내과로 전과되었다.
골수까지 암이 침범되어 용혈이 일어나고 지혈이 잘 되지않아 온몸에 피멍이 들고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가 났다. 흉수와 폐부종으로 숨쉬기가 매우 힘들었는데15cm나 되는 난소전이 때문에 배가 불러서 더 힘들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몇일이나 버틸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음이 급했다. 이런 경우 대개는 호스피스치료를 하게 되지만 나이가 젊은 편인데다 기저질환이 없었고 처음 암진단을 받은 참이라 위험이 있더라도 항암치료를 해보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C와 만났다.
뭔가 이상했다. 대화가 빙빙 돌았다. 지적장애가 의심되었다. 난감한 상황에 남편 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입원 시 함께 온 지인에게 연락이 닿았으나 더욱 암담했다. 그저 옆집사람이었고 C가 잘못 될까봐 병원에 데려다 준 것이었다. 남편은 원양어선을 타고 있어 연락이 안되고 아이들은 지적장애를 진단받고 시설에서 지낸다고 했다. 다른 가족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치료를 안해야하나? 어떻게 설명하지? 결국 아주 거칠고 무례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C님, 그대로 있으면 곧 죽어요. 치료해도 다 낫지는 못해요. 하다가 죽을 수 있어요. 그래도 방법이 항암밖에 없어요. 많이 힘들거에요."
C가 일순 조용해졌다.
물속에 잠긴듯 갑갑하다.
그때 C가 큰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살아야해요! 애들이 있어요! 난 살아야해요! 난 살아야해요..."
멈췄던 숨이 내쉬어졌다. 내가 도대체 뭘하는거지?
"C님, 잘 할 수 있을거에요. 제가 할 수 있는한 모든걸 다할거에요. 그래도 안되면 다시 말씀드릴께요."
"애가 있어요. 다 할 수 있어요. 난 애가 있어요!"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위험한 순간이 많았지만
2주가 지나자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식사도 할 수 있고 화장실도 갈 수 있었다.
어느날 회진을 가니 병동 수간호사선생님 얼굴에 난감함이 가득했다. C의 문제 였다.
C가 용변후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않고 물건을 아무대나 두자 병실환자들이 한마디씩 했는데 C는 욕설과 협박으로 대응했다.
"XX년, 까불면 아가리를 찢어버린다."
"나이도 쳐먹었는데 닥치고있어라."
병실 환자의 이름표를 하나씩 확인후
"나이가 O살이네, 내가 니얼굴이랑 이름 기억한다. 밤길 조심해라."
가슴이 싸리하다. 뭐지? 배신감인가? 사실, 나는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상황에도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준 C에게 감동받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C를 도와줄 방법을 사회복지팀에 문의한 상태였다.
사회사업팀을 통해 어렵게 C 자녀의 담당 사회복지사분과 연락이 닿았다. C의 자녀들은 4명인데 모두 지적장애인 등급을 받았지만 C와 남편은 등급을 받지못했다고 했다.
남편은 도박중독과 알코올 중독이고, C 또한 알코올 중독으로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고 했다. 아동학대로 아이들은 분리 조치되어 위탁가정에 보내졌다.
방치는 아동학대다. 특히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방치했다니 정말 끔찍한 학대다.
다시 가슴이 싸리하다. 속에서 생긴 싸리함이 퍼져나가 손끝이 얼음같다.
누구의 잘못인가?
C는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하나?
아니다. 지능이 낮다고 해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우생학이다. 그건 C의 권리다.
그렇지만 낳아 놓기만하고 보살 피지 않는다면 안 낳는게 맞지 않나?
왜 누구도 C를 돌보지 않나? C의 곁에는 왜 아무도 없나?
그럼 국가가 보살펴야 하는가? C는 지능이 떨어지지만 법적으로 지적장애인이 아니다. 국가의 관리대상이 아니다.
C는 성인이다. 그의 결정에 개입이 어렵다. 잘못된 것을 알아도 제재가 어려웠을 것이다.
권리는 존중하면서 제재를 가하는 것.. 양날의 칼이다.
공무원이 최선을 다한 듯하다. 분리조치까지 한 것을 보면..
그렇지만 그때까지 방치된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C가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것이 C만의 잘못인가?
지능이 낮으면 충동 억제가 어렵다. 그럼 술을 못먹게 해야하나?
술 마시는 것은 C의 권리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답이 없는 질문은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돈다.
그럼에도 나는 C가 안타깝다.
좀 더 오랫동안 아이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C가 말간 얼굴로 나를 보고 웃었다.
우린 마주보며 웃었다.
C는 내 소중한 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