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by inner co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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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갓을 쓰고 검은 옷을 입고 음침한 표정으로 찾아오는 저승사자. 바로 내가 그 저승사자인 것 같다. 하늘 거리는 옷을 입고 빛무리를 이끌고 와 선물을 주는 '선녀'이고 싶으나 현실은 '저승사자'이다.

회진을 하면서 몇 명의 환자 보호자에게 연휴를 넘기기 어려울 수 있으니 준비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검은 옷, 침울한 표정, 가라앉은 공기까지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

외래 마지막 환자는 처음 우리병원에 온 전이성 방광암 환자였는데 패혈증 쇼크 상태였고 혈액검사 수치가 매우 좋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웠다. 또다시 나는 저승사자가 되어 처음 만난 보호자에게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어려울 수 있다며 아쉬운 소리를 늘어놓았다.

오래동안 함께 했던 전이성 대장암 할머니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회진 때마다 내손을 한참동안 꼭 잡고 계셨는데, 오늘은 손도 들지 못한다.

이제는 고통없이 평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하시길..

장패색으로 코에 배액관을 꽂고 금식 중인 환자는 장이 풀려서 평안한 추석이 되기를..

패혈증 환자가 무사히 고비를 넘겨 연휴 후에도 계속 뵐 수 있기를..

오늘도 암병동에는 죽음과 삶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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