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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Nov 05. 2023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금요일, 토요일 이틀간 호스피스 교육을 받았다. 


모든 의사들에게 새로운 의학지식의 습득은 필수적이지만 종양내과 의사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암치료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되고 있으며 표준치료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종양내과 의사는 많은 학회와 교육에 참석해 새로운 지식을 익혀야 한다. 그렇기에 중요성을 다들 알고 있지만 호스피스에 대한 교육이나 학회는 슬쩍 미뤄두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오던 교육을 이제서야 받은 것이다. 


호스피스 교육의 큰 특징은 여러 직종이 함께 하는 것이다. 의사들만 참여하는 다른 학회와 달리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때로는 성직자나 자원봉사자도 참여한다. 이번 교육에도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했고 의사의 숫자가 가장 적었다. 과학적 근거 중심의 연구결과에 대해 논의하는 다른 학회에 비해 이번 교육에선 사례 중심의 토의, 감정 교류 및 의사소통의 방법등을 다루었다. 


이혼 후 홀로 살아오던 70대 말기암 환자가 호스피스케어를 통해 자녀들과 관계도 회복하고 가족의 사랑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 케이스를 다룰 때는 찔끔 눈물이 나서 깜짝 놀랐다. 사실 의사들의 모임에서 감정을 들어내는 것은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성급히 표정을 갈무리하고 울지 않은 척 했다. 그리곤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암환자에게 생명연장을 위한 암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이성 암환자의 경우, 결국 죽음을 맞게 되므로 호스피스치료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암치료에는 냉철하고 과학적인 두뇌가 필요하지만 호스피스케어에는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 


냉철한 판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하고 지치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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