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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Nov 08. 2023

제주의 바람을 그림에 담다

강요배는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4.3사건 당시 동명이인인 경우 이를 구별할 생각도 없이 모두 학살하는 것을 보고 강요배의 부모님은 아이에게 '요배'라는 특이한 이름을 지어주었다.

고향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던 강요배는 이삼십대에 4.3사건에 대한 연작을 제작하여 개인전을 열었고 이는 한국 사회에 4·3의 실체를 바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화가는 이후 제주로 돌아와 정착하여 제주의 자연을 화폭에 담고 있다. 특히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구겨진 종이나 빗자루, 말린 뿌리 같은 것에 물감을 묻혀 캔버스에 문지르고 쓸고 빗어내리며 그리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키를 훌쩍 넘길 정도의 대형 작품인 <'바비 '가 온 정원, 2021> 과 <수풍>이 그 방법으로 그려졌는데 휘몰아치는 태풍 속 바람이 그대로 느껴진다.

'바비'가 온 정원, 2021
수풍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강요배의 그림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그림을 곁에 두고 볼 수 있다니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난다.
<마파람, 1992>을 보고 있으면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나를 스치고 코끝에 바다내음이 머문 듯 하다.

강요배의 그림 속에서 제주의 바람을 만나보자.

마파람,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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