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nner courage
Dec 07. 2023
8개월 전 부터 봐 오던 전이성 위암환자 보호자가 면담을 신청했다. 처음부터 복막전이로 장이 막혀 우회술을 하고 우리과로 전과된 환자로 복수가 심하게 차 숨쉬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기대여명이 매우 짧아 길어도 1년 버티기가 어려워 보였는데 안타깝게도 실상은 예상보다 더 나빴다. 어떤 약을 써도 듣지 않았고 이제는 장이 완전히 막혀 콧줄로 위액을 빼내고 있으며 복수배액관에 흉수배액관까지 꽂고 있다.
호스피스케어를 위해 전원을 추천드렸으나 환자는 간절히 본원에 남아있길 원했다. 어느 병원이든 마찬가지지만 병실사정이 좋지않아 오랜 입원이 어려웠기에 난감했지만 가능한 배려하고자 애썼다.
그의 아내가 동행인과 함께 상담실에 들어왔다. 관계를 물어보니 처제라고 했다. 어떻게 오셨냐고 묻자 다짜고짜 고함을 질렸고 내용은 너무 무례해 제대로 들은게 맞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치료했길래 환자가 저지경이냐? 실력이 없으면 치료를 하지 말아야지. 니가 환자를 죽였다. 왜 그렇게 했냐! 얘기를 해보란 말이야!..."
쓰기도 어려운 끔찍한 말들에 순간 멍해져 넋이 나간 듯 했다. 당황한 내 목소리는 떨렸고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그들이 떠난 후 혼자 남아 크게 숨을 쉬었다. 들이 마시고 내뱉고 들이 마시고 내뱉고..
종양내과의로 지내온 지난 십여년간 들은 말 중 가장 모욕적인 말이었다.
나는 이런 일을 당해도 되는 사람인가?
나는 앞으로 그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
사무치도록 회의가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