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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KANG Jan 18. 2024

두 번째 이유: 타이거 우즈의 미소

골프가 좋은 101가지 이유

세상은 두 종류의 골퍼로 나뉩니다.

타이거 우즈와 타이거 우즈가 아닌 골퍼입니다.


96년 프로 골프에 호랑이 한 마리가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중장년층과 노인의 스포츠로 여기던 골프라는 스포츠의 모든 것을 재정립해 나갑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죠.


https://youtu.be/Vd9WXJfXbyE


우즈가 PGA에 발을 들여놓은 96년, 저도 8년 만에 서울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금의환향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97년 4월 13일 마스터즈. 

18 언더를 친 타이거가 6 언더를 친 2위 톰 카이트와 12타 차. 정확히 3배 차이로 첫 메이저를 독차지합니다. 

골프가 기득권의 스포츠였다면 그 심장을 호랑이가 완전히 찢어 버린 초대형 사건이었습니다. 마스터즈가 열렸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유색인종은 물론 여자 회원도 받지 않던 곳이라 그 충격이 더 컸을까요?




마스터즈가 열리기 직전 97년 3월, 저도 상장사 대표이사의 투자를 받고 자본금 2억짜리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차렸습니다. 

버블이 빵빵하던 때라 그랬을까요? 

여름이 되기도 전에  상장사 몇 곳에 소프트웨어 납품 계약을 맺었고 5억 원이 넘는 어음을 받았습니다.


본격적인 IMF 시절로 들어가기 전 1997년 10월.

남들보다 한발 빨리 IMF를 맞이했습니다. 

투자를 했던 상장사가 화의 신청에 들어갔고 대표이사는 회사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출자금 회수를 원했습니다.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나는 분이었고 채권자들과 회사에 한 푼이라도 더 돌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그분의 의견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물론 가지고 있던 다른 어음들도 마찮가지 운명이었습니다.

1998년이 시작되며 순차적으로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수출을 하던 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고난의 시간이었던 98년과 99년.

'세리팩'과 '찬호파아ㅋ'에게서도 위안을 받던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 

저는 타이거를 보며 꿈을 꿨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어려운 시간을 노력으로 통과하며 성공신화를 써나가는 박세리나 박찬호를 보며 꾸었던, 의지의 눈물이 이루어 내는 꿈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노력으로 사회적 성공을 일궈내는 꿈을 너무 많이 꾸었으니까요.

어쩌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저는 타이거의 웃음이 좋았고 그런 웃음을 짓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타이거 같은 웃음을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자연스럽게 소망이 되어 갔습니다.


전 아직도 타이거 우즈처럼 웃는 사람을 타이거 말고는 본 적이 없습니다.

월드컵 결승에서 결승골을 터트리고 환희로 가득 찬 얼굴과 올림픽 금메달을 따거나 로또를 맞은 사람들의 웃음에서 감동과 서사를 느꼈지만 타이거 우즈의 웃음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타이거의 환한 웃음에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이 보였고 입술은 방금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부처가 지었을 미소가 담긴 것 같았습니다.

경쟁자를 물리치거나 압도해서 터져 나오는 정글의 환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저런 웃음이 지어지는지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수수께끼를 풀었습니다. 

이성보다는 감각과 본능이 문제를 푼 것 같았습니다.


"그래. 타이거는 자기 자신을 향해 웃은 거야.  내가 누군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게 나를 보여주는 나를 마주하며 드는 기쁨이 아니면 저런 웃음은 불가능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누가 제게 삶과 성공을 잴 수 있는 척도가 있다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한다면 저는 타이거 우즈의 미소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제 삶에서 두번째로 심한 나락에 떨어졌던 98년과 99년 그 때, 타이거의 미소를 보면 저도 괜히 기뻐지며 용기가 났습니다. 

물론 골프도 타이거가 되고 싶었습니다.

타이거의 스윙을 복사할 수 있을 만큼 따라 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부치하먼과 함께 만들었던 타이거의 초창기 스윙은 제 스윙에 아직도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그래서 전 제 스윙을 좋아합니다. 

아주! 아주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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