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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KANG Mar 05. 2024

골프를 위한 골프장 이천마이다스CC

GC_#2 벙커만 보면 알지!

https://youtu.be/Xtnc827nTQ0

2002년 청평마이다스밸CC(마이다스밸리 청평)가 개장한 후, 에버랜드와 베네스트 쪽에서 청평마이다스를 배우기 위해 방문했었다는 이야기가 돌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더구나 식물, 골프장 조성과 관리, 서비스에서도 최고의 기업인 삼성이 배우려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코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레이를 해 본 게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저도 거의 모든 면에서 만족했고 놀라웠던 코스로 기억합니다.


3월 초인데도 최고 온도가 10도가 넘는 포근한 날씨 덕분에 오랜만에 이천마이다스CC(마이다스 레이크 이천)를 다녀왔습니다. 최근 플레이 해본 다른 곳과는 달리 코스 여기저기 관리작업이 한창이더군요.


이천마이다스레이크CC는 골프를 위한 골프장이었습니다. 벙커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는 골프장이었고요. 


골프를 위한 골프장이라니... 그럼 골프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골프장도 있다는 말일까요? 

네.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 퍼블릭 혹은 오픈투퍼블릭(open to public) 골프장은 골프와 함께 각종 모임과 회사에서 자선, 영업, 홍보, 친목등의 목적으로 골프장을 빌려 사용하는 아우팅(outing)과 야외 결혼식을 위주로 한 행사의 3가지 축으로 운영을 합니다. 클럽하우스는 작아도 골프장 전체가 하나의 파티나 모임 장소로 활용되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결혼식을 위한 야외 세팅이 된 곳도 많고요. 물론 식사와 행사를 진행할 볼룸(ballroom) 형식의 식당은 널찍합니다. 아우팅도 골프이기는 하지만 골프보다는 이벤트에 무게가 쏠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 골프장은 연부킹단체 행사와 사교공간의 제공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식사와 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룸에 배정된 공간이 꽤 넓습니다. 특급 호텔 분위기의 공간과 음식의 제공을 골프 코스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국 골프장 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독창적인 클럽하우스보다는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더 넓고 웅장한 클럽하우스를 갖고 있는 골프장이 많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운동을 하고 땀을 씻는 목욕탕과 라카도 필요이상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천마이다스레이크CC로 들어서면 용의 비늘 같은 파사드(facade)가 웅장하고 각별한 느낌을 주지만 클럽하우스 건물 자체는 아담합니다. 27홀을 감안하면 좁아 보일 수도 있지만 로비와 라카, 목욕탕을 포함한 전체적인 실내 공간은 필요한 만큼 넉넉하고 골프장 다운 품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차장도 차간 공간이 넉넉하고 직사각형이라 더 넓어 보이고 복잡하거나 번잡한 느낌이 없습니다. 스타트 에어리어도 1자 형태 클럽하우스를 따라 길쭉해서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은 여백이 있게 느껴집니다.


이천 마이다스레이크 클럽하우스는 클럽하우스의 존재 이유를 긴 시간 진심으로 고민한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건물의 생애를 통해 건축비 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유지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같은 건강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클럽하우스 건축과 유지 비용에서 절약한 돈은 반대방향으로 난 두 갈래 길, 수익률 개선과 코스유지관리 중에서 한쪽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천 마이다스레이크의 경영진은 예전 거상들의 상도(商道)처럼 골프는 결국 코스이고 코스의 유지관리에 최선을 다하면 돈은 따라온다는 경영철학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골퍼로 미어터지는 시기는 물론 이미 IMF와 2010년 초중반에 경험했던 지독한 골프 경기 불황 시절이 다시 온다고 해도 골퍼들의 지지와 사랑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골프장이 골프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벙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벙커다운 벙커를 관리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탈출이 어려운 벙커는 라운드 시간도 늦추기 때문에 수익면에서도 불리합니다. 


벙커에 골프장의 진심이 담겼는지를 알 수 있는 제일 쉬운 구분 방법은 벙커의 가장자리를 보는 것입니다. 벙커의 가장자리가 선처럼 분명하게 보이는 벙커는 진심 벙커입니다. 벙커의 특성상 땅이 꺼져있기 때문에 벙커의 외곽을 둘러싼 부분은 무너지기 쉽습니다. 거칠거나 허물어진 벙커 외곽을 그대로 둔다는 건 유지비용을 절약하고 싶어 하는 골프장이란 걸 알려줍니다.


두 번째 방법은 벙커 가장자리 주변이 지붕 끝 처마처럼 살짝 튀어나와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런 고급 벙커는 벙커 주변의 지면이 파도를 뚫고 점프하는 돌고래의 등이나 이마처럼 급격한 경사로 굽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벙커턱이 완만하고 주변이 평평하면 기계장비를 사용해서 관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오직 손으로만 관리가 가능합니다. 벙커의 끝라인을 깔끔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진심과 노력, 투자가 필요합니다. 


아. 이런 벙커는 반드시 턱이 가장 낮은 곳으로 드나들어야 합니다. 높은 곳으로 들어가거나 나가면 안 그래도 쉽게 무너지는 가장자리가 허물어지기 쉽고 보수관리 비용은 골프장의 비용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가 내는 그린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떠나 골프에 진심인 골프장은 우리가 지켜주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천마이다스 레이크에는 파도를 뚫고 솟구치는 돌고래 벙커도 많고 모래 입자와 두께도 훌륭합니다. 한창 봄맞이 공사로 조금 번잡한 홀도 있었지만 이천마이다스 레이크CC! 언제나 믿고 가도 되는 골프장이 틀림없습니다.


이천 마이다스 레이크 같은 골프를 위한 골프장이 더 많아 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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