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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KANG May 01. 2024

제주도 비도민 호구 골프. 이제 그만하렵니다.

안녕하세요. 류캉입니다.


오늘은 제주도 골프에 대한 생각을 여러분과 나눠보려 합니다.

https://youtu.be/YrgCxM9mpaY


판데믹 이후 비현실적으로 폭등한 그린피 덕분에 저 같은 골퍼에게 서울과 경기도의 골프장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현실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골프가 좋다고 어떻게든 치고 싶어 한여름에는 1시간 30분 운전을 감수하며 3부 야간, 특히 노캐디 골프가 가능한 골프장을 골라 다녔었죠. 가끔 충청도와 강원도까지는 당일 골프도 다녀왔었고 여행 삼아 전라도와 경상도 해안선을 훑으며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골프를 찾아다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23년 겨울부터는 그린피 거품이 빠질 거라 확신했습니다. 2023년 12월 <네이버 조인골프동호회>에 올라온 조인글을 통해 제주도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분의 초대를 받았고 가성비 좋은 골프를 며칠 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이 시작되면 분명히 그린피가 빠질 거고 수도권과 먼 곳부터 시작될 거라는 나름대로의 예측을 하며 골프 클럽을 제주도에 놓고 오기로 했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 골프백 없이 다니는 가벼운 여행이 좋았고 무엇보다 자주 다닐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이미 일본 큐슈에 한 세트를 두고 몸만 떠나는 골프여행을 하던 차라 골프채만 추가로 장만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제주도 조인 골프로 유명한 <네이버 제제밴드>가 운영하는 연습장 락카에 골프백을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제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골프백을 제주도에 맡기고 나서 아직 한 번도 제주도를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본 큐슈와 야마구치로 두 번, 총 16회의 라운드를 하고 왔습니다.


그런 제가 드디어 제주도를 갑니다. 이유는 골프채를 회수해 오기 위해서입니다. 이왕 가는 길이니 골프를 치긴 할 겁니다. 하지만 왠지 이제 제주도는 어쩜 꽤 오랜 시간 동안 골프를 위해서는 찾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큐슈에 비해 날씨와 환경, 가성비와 만족도 등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 우리 땅이라는 걸 제외하면 더 나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롯데스카이힐제주, 오라, 중문, 싸이프러스 등 나름 괜찮다는 곳들을 다녀왔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지는 않았었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불거졌습니다. 바로 도민과 비도민의 그린피 차이 때문입니다. 왠지 호구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마음에 찾아오더니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제주도에는 제주도민 할인이 있지 비도민 할증제는 없는데 왜 호구가 되는 느낌이 들까요? 미국에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퍼블릭 골프장은 해당 지자체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는 두 배에 가까운 그린피를 받습니다. 이유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미국의 퍼블릭 골프장은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골프장이기 때문입니다. 세금을 낸 주민들이 바로 그 골프장의 주인인 셈이죠. 미국의 퍼블릭 골프장에는 할증은 있지만 할인은 없습니다. 자기가 자기 집에 들어가며 할인을 받는다? 이상한 논리입니다.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골프장에서의 그린피 차별은 당연합니다. 군을 위해 군에서 만든 골프장에서 일반인이 할증 요금을 내는 것이나 골프장에서 흘려보내는 오염수 등 바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인근 주민을 우대하는 경우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제주도에 있는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중문 CC는 골프장을 설립한 목적과 정반대 되는 그린피 정책을 피는 것 같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정작 비행기를 타고 관광을 오는 골퍼에게는 1만 원을 더 내게 하는 건골프장이 제주관광공사 소속이거나 한국지역주민수혜공사에서 만들었다면 모를까 제 단순한 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겨우 1만 원만 차이니까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할까요?


제주도 골프장들은 주중에 비는 티타임을 채우기 위해 도민 우대 정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중에 더 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할인을 주겠다는 것인데 제가 보기엔 논리적인 허점이 또렷합니다. 제주도라는 곳 자체가 관광수입이 중요한 지자체이고 결국 비도민들이 많이 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인데 주중 시간이 비면 더 적극적으로 비도민 골퍼를 유치할 생각은 안 하고 한정적인 소수에 불과한 제주도에 살고 있는 골퍼들의 유치에 힘쓴다는 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생각이라면 오히려 비도민 골퍼에게는 더 큰 혜택을 줘서 주중에도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고 싶게 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비도민에 대한 역차별은 제주도로 가려는 생각이 들다가도 기분이 나빠 안 가게 되는 저 같은 사람을 많아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할까요?


그리고 자주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도민과 비도민의 구분이 아니라 정말로 골프를 자주 치는 사람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을까요? 커피점 쿠폰처럼 도장을 찍어주고 10번에 한번 무료라운드를 해주는 식의 제도도 있는데 굳이 도민과 비도민을 할인의 유일한 잣대로 사용하는 것일까요? 


제주도에서는 도민과 비도민의 차별이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제주도 소재 한 골프장은 도민과 비도민의 그린피 차이가 무려 6만 5천 원이 나는 곳도 있습니다. 당연히 같은 날 같은 티타임일 경우입니다. 한마디로 4명이 함께 치고나도 도민은 10만 원을 비도민은 16만 5천 원을 낸다는 겁니다.  물론 차이가 없는 골프장도 있고 겨우 1만 원에 불과한 골프장도 있고 2만 원이나 3만 원에 불과한(?) 골프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건 이런 차이가 왜 나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골프장은 없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라는 말처럼 싫다면 제주도에 와서 골프를 치지 말라는 골프장의 의지표명일까요?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비도민이라는 차별 대우를 받으며 꼭 가야 할 만큼 제주도 골프장들의 경쟁력은 전혀 압도적이지 않습니다.


제주도와는 달리 일본 큐슈 골프장에는 한국 골퍼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제주도처럼 한국인 혹은 외국인에게는 할증요금을 받을 만도 하고 또 받아도 워낙 압도적인 가성비 때문에 영향을 크게 받을 것 같지도 않은데 제주도 골프장들과는 달리 일본 골프장은 일본 골퍼와 똑같은 가격만 받습니다. 


일본 골프장 오너들은 돈에 욕심이 없는 걸까요? 해외 골퍼에게 돈을 더 받는 게 일본인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할 정도로 일본 사람들 모두가 양심적이라서 그럴까요? 대체 왜 일본 골프장들은 제주도 골프장처럼 높은 그린피를 책정해서 일본인에게는 대폭 할인을 해주고 한국 골퍼들에게는 비싼 그린피를 받아 수익을 늘이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왜 제주도 골프장들처럼 같은 내국인에게도 할증처럼 느껴지는 할인을 통해 극심한 차별을 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제주도 골프장처럼 소재한 지역 주민들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말도 잘 안 통하는데 후구로 삼고 바가지를 씌우기는커녕, 주중 골프일 경우 2명이 쳐도 할증을 안 받는 골프장 많고 심지어 무료로 추가 9홀 라운드 제안을 받았던 골프장도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말도 안 통하고 바가지 씌우기 딱 좋은 호구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 골퍼들을 왜 일본 골프장은 반가워하고 좋아하고 배려해 주기만 할까요? 


일본 골프장과 제주도 골프장의 자세가 왜 다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골프라면 제주도는 찾지 않을 겁니다. 골퍼의 천국 일본이 제주만큼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처럼 회원권도 없고 성격 까칠한 골퍼나 그러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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