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캉입니다.
올해 말이 되면 일본 골프 라운드 횟수가 100번을 넘길 것 같습니다. 일본 거주자나 장기 체류자가 아닌 순수 골프 여행객으로서는 적은 숫자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직접 모든 걸 결정하는 자유골프여행일 때 일본 골프장을 고르는 요령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일본 골프여행 어디가 좋아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기 때문입니다.
자유여행의 가장 큰 도전은 선택입니다. 모든 걸 다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얼핏 생각하면 자유롭고 가벼로울 것 같지만 못지않게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걸 완벽하게 처리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일수록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집니다. 돈 쓰러 가면서 중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자유여행은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결정은 오히려 어려워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으로의 골프여행은 참 쉽습니다. 비행거리도 짧고 항공권도 싸고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한 골프장 시설과 관리상태, 그린피로만 보면 주중일 경우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압도적인 가성비, 음식의 퀄리티와 환율등 골프여행으로 갈 수 있는 그 어떤 나라보다 확고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으로 갈지 동남아로 갈지의 고민은 한 겨울이 아닌 이상 불필요한 고민입니다.
그런데 골프여행의 목적지가 일본으로 정해지는 순간 고민의 문이 열립니다. 일본 어디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경, 오사카처럼 대도시로 가는 관광여행이라면 고민은 적습니다. 하지만 골프 여행이라면 방대한 책들이 꼽혀있는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 선 것처럼 압도되기 쉽습니다. 2500개나 되는 일본 골프장. 설사 한 지역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너무 많은 골프장. 그리고 아무리 골프 여행이지만 숙소나 음식, 여가 시간에 대한 계획까지... 누구나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최선은 못되더라도 미리 알아보지 않아서 가지게 되는 아쉬움은 배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일본 자유골프여행은 무엇을, 왜, 얼마큼 원하는 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큐슈(九州)로 선택지역을 좁혀 보겠습니다. 일본 전체를 두고 이야기를 한다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큐슈로 가는 골프여행을 전제로 몇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해 보겠습니다.
"처음이라 일본 골프를 맛보고 싶어요."라는 질문에는 이런 답을 드릴 것 같습니다.
맛본다라는 말은 두루두루 경험하며 깊이 보다는 넓이에 초점이 맞춰진 여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대도시를 통해 입국하고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숙소는 피해야 합니다. 공항도 그렇지만 렌터카를 빌리는 것부터 더 복잡하고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무엇보다 처음 하는 좌측통행 운전이 시내 한 복판에서는 힘들고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숙소를 시내로 잡는다면 교통이 혼잡한 시간을 피해 숙소를 드나드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큐슈 도시들은 아침 6시 30분이 넘어가면 차량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큐슈의 경우 나가사키처럼 지면전차가 있는 곳도 있지만 버스 같은 공공 교통수단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골프장과 숙소를 드나드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여행의 만족도는 급감하니까요.
가능하다면 후쿠오카(福岡県)와 오이타(大分県)를 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쿠오카는 인구도 많고 나름 돈이 흐르는 동네라 그린피도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비쌉니다. 오이타는 큐슈 내에서 골프장의 퀄리티와 관리상태가 가장 열악한 지역입니다. 오이타에도 좋은 골프장이 있지만 그 조차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어느 지역을 가건 한국 골퍼가 금지되었거나 회원 동반이 아니면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골프장이 많고 그런 곳을 제외한 경우입니다.
"아직 일본 골프여행은 안 가보았는데요, 여자 둘이서만 가도 괜찮을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일본은 2인 플레이가 가능한 골프장이 많고 요즘은 점차 2인 플레이 할증 요금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주중이라면 500엔에서 1000엔 정도의 추가요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만약 처음이라면 공항에서 렌터카 대신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는 골프장을 골라 가는 변형 자유골프여행을 추천합니다. 골프장에 숙소가 있고 숙소(골프장)에서 세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에 가서 골프를 만끽하는 여행입니다. 예를 들어 구마모토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면 18km, 30분이면 도착하는 트라이얼리조트 골프장이 있습니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해서 무척 깨끗하고 코스도 훌륭하고 카트도 페어웨이로 들어갈 수 있어 좋습니다. 단점은 한 곳에서만 쳐야 한다는 점이지만 그래서 생기는 편리함도 있습니다. 일본은 골프백을 차에서 내려 본인이 직접 들고 가서 카트에 실어야 하고 끝나고도 또 각자 들고 메고 끌고 차에 실어야 하는데 한 곳에서만 치면 백을 맡겨두고 치기 때문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부부 두 명만 가는 경우에도 일본 자유골프여행이 처음이라면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최고의 가성비를 느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3명이 가십시오. 주말에는 할증요금을 내야 하고 가끔 주중에도 300엔에서 500엔 정도의 할증요금을 받는 골프장도 있지만 새벽 이른 시간 9홀 기준 2시간 이내로 끝내야 하는 조건의 특별 할인 티타임 같은 경우 3인 이하만 예약을 받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의 3인 플레이는 별다른 게 아닙니다. 3인이 가면 가장 작은 사이즈의 렌터카로도 충분합니다. 4인일 경우 패밀리밴을 빌리게 되는데 렌터카 비용이 3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작은 차를 빌리면 주유비도 적게 들지만 운전이 편합니다. 큐슈의 골프장중에는 무척 좁고 가파른 고갯길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차 2대가 간신히 교차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도 많습니다. 경차나 소형차를 운전해도 빡빡한 길을 패밀리 밴으로 운전하는 건 나름 터프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어디가 제일 좋나요?"
이 질문은 지역마다의 특징을 묻는 것으로 들립니다. 어느 지역이건 좋은 골프장은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골프장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골프장에 따라, 다르지만 간단하게 큐슈 지역의 특징을 뽑아 보겠습니다.
여름엔 아소(阿蘇)가 최고입니다. 구마모토(熊本)로 입국해도 좋고 사가(佐賀), 후쿠오카, 기타큐슈 공항으로 입국해서 렌터카를 빌려 차를 몰고 가도 됩니다. 아소에 있는 대부분의 골프장은 코스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압권입니다. 아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광은 감히 말씀드리면, 세계 어느 골프장에서도 쉽지 않은 정말 각별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고지대라 기온도 상대적으로 낮지만 나무가 훨씬 더 울창해서 코스 안에 그늘도 많고 바람도 잘 붑니다. 그린피도 착합니다. 봄가을에도 좋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그린 에어레이션 스케줄이 다르다는 점은 참고하십시오.
늦가을과 초봄이라면 나가사키(長崎県)를 권합니다. 오무라만과 동중국해 사이에 위치한 가느다란 반도라 바다를 끼고 있거나 바다가 보이는 코스가 많습니다. 골프 가성비가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구마모토도 훌륭합니다. 아소가 구마모토의 일부이지만 아소를 제외한 구마모토, 특히 구마모토 남부에 가성비 좋은 훌륭한 코스가 많습니다. 숨겨진 맛집도 많습니다.
오이타로 가야 한다면 오이타시 근처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가성비도 떨어지지만 절대적인 코스 레이아웃과 관리상태가 안 좋은 골프장이 많습니다. 오이타시와 멀리 떨어진 북쪽과 남쪽에 있는 코스들이 나름 가볼 만한 것 같습니다.
가고시마(鹿児島県)와 미야자키(宮崎県)는 한번 훑듯이 지나치며 2군데 골프장을 쳐 보았을 뿐 별다른 골프 경험이 없습니다. 한 겨울에 가기엔 동남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지 않았고 다른 시즌에는 워낙 큐슈의 다른 지역과 인근 우베(山口県 宇部市)의 가성비가 월등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또 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골프 못지않게 맛있는 먹거리와 밤문화를 즐기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골프를 중심으로 한 여행이라면 먹거리와 밤문화, 관광보다는 골프장과 골프장 주변을 즐기는 게 더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만약 골프에 더해 다른 액티비티도 중요하다면 동반자 중에 한 명은 일본 골프 여행을 많이 다녔거나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이라야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참 큰일입니다. 일본 골프장을 기준으로 한국 골프장을 보면 가슴에서 부글부글 뭔가가 끓어 올라 결국 머리까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선 안 되겠지요? 근데 왜 그런 마음이 들면 안 되는지 이유가 마땅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