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애, 우리의 다름이 드러나는 순간

결혼을 준비하며 처음 마주한 갈등

by 진아


미국인이랑 만나면 문화 차이가 너무 달라서 연애할 때 힘들지 않아?

영어 하면서 외국인이랑 연애하는 거 답답하지 않아?


나와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와 만남을 시작하면서, 내가 지인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4년을 만나며 한 번도 큰 갈등을 만나본적이 없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나와 지구 반대편 세계에서 태어나 자란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연애는 수월했다. 연애를 거듭할수록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터득하게 된 나는 국제 연애를 시작하며, 또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온 그를 인정하며 안정적이고 편안한 연애를 이어갔다.

물론 나의 생활 습관이나 연애를 하며 당연히 했던 것들을 그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 정도는 거쳤다.





연락의 횟수와 마음의 크기


하루 종일 폰을 붙잡고 안부를 물으며, 서로가 어디에 갔는지 언제 집에 들어갔는지 전전긍긍하던 나의 전 연애와는 다르게 그는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에게 보고하는 대신 하루 끝에 전화로 나의 하루를 물었다.

그와 떨어져 있으면서, 언젠가는 친구들과 하루를 보내며 그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물었다.


너는 내가 시시콜콜 하루 종일 뭐 하는지 어디 갔는지 궁금하지 않아?


나는 네가 친구들이랑 있거나 바쁠 때, 그 사람들과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길 바래. 나한테 연락하려면 중간에 핸드폰을 계속 봐야 하고 신경 써야 하잖아. 그래서 오히려 네가 안부를 물을 때 늦게 답이 오면, 네가 그 시간을 잘 보내고 있구나 싶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신박하다.

연인과 연락이 되지 않을 때 그 연락의 횟수를 마음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생각했던 이전 연애와는 정반대의 사고방식이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이자, 나를 배려하는 마음이 이렇게 이타적일 수 있구나를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떨어져 있을 때 서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게 이렇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거였다니!


함께 하지 않을 때 연락하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알려준 그에게 이제는 고맙다.



함께 보내는 시간과 개인 시간 그 사이 어딘가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에게만 올인하는 친구들과 연애를 몇 번을 거듭하던 나는,

미국에서 온 그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일과 루틴에 충실한 그의 모습에 큰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혼란을 느꼈었다.


연애 초반, 나와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날 아침 루틴을 위해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남자.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해도 자기 집에 굳이 가서 자겠다는 이 남자.

나랑 보내는 지금 이 시간보다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중요한 거 같은 이 남자.


네가 뭐길래 내가 이렇게 매달리고 싶게 만드는 거지?


자기 일상을 누구보다 단단하게 잘 가꿀 수 있는 이 남자.

자기가 평상시 지켜온 루틴을 계속해서 지켜내려는 이 남자. 그것도 연애 초반에 말이다!


동시에 내 마음을 안절부절하게 하게 만드는 이 사람 도대체 뭐지?


커플이 된 직후 많은 것을 함께해야 하고, 많은 시간을 붙어 있어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서로를 보려고 무리했던 시간들이 연애를 시작하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그는 개인주의적인 문화속에서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나와의 여러번의 대화를 통해 아침 시간이 자신에게 가지는 중요함을 나에게 이해시켰다.

그에 따라 나 또한 내 하루를 거침없이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후에 들은 말이지만, 자신이 없을때 인생을 즐겁게 잘 살고 개척 해나가는 나의 모습에 그 또한 나에게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서로의 취향과 개인 시간을 너무 깊이 관여 하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 하는 그와 나의 연애가 나는 꽤나 만족 스러웠다.




그렇게 나와 그는 한국 미국이라는 큰 문화 차이, 언어 장벽을 뚫고 4년동안 큰 갈등 없는 편안한 관계를 이어오며 문화 차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했다. 최소한 결혼식 날짜를 잡고 사진작가와 미팅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진작가와 온라인 미팅 후,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과 문화 차이가 그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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