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제로 미국 결혼식 계획하기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제대로 결혼식 날짜를 잡고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약혼 후 돌아오는 주부터였다.
보통 북미에서는 약혼을 하고 1년부터 2년이 넘어가기까지 자신의 타임 라인에 맞는 결혼 날짜를 정하고 여유롭게 결혼 준비를 한다고 한다. 한국과 같이 이곳도 대부분 주말 결혼을 선호하고, 대부분 멀리서 하객들이결혼식 참석을 위해 여행해야 하기에 미리 결혼식을 준비하는 건 어느 나라나 비슷한 듯했다.
우리는 캐나다에 거주 중이며, 그때만 해도 영주권 문제로 남자친구의 일 비자가 9월이면 만료될 예정이라 이후 우리의 거처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음 단계를 밟기 전에 앞서 결혼을 끝내고 그다음을 준비하기로 하여 그렇게 우리의 미국 결혼 플랜이 시작되었다.
결혼 준비는 프로젝트 기획 95%, 로맨스 5%.
어디서 결혼을 할 것인가?
한국 vs 미국 vs 캐나다
캐나다 대학교에서 만난 미국인인 그와 한국인인 나는 결혼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결정해야 했던것은 결혼식을 어디서 할 것인가였다.
우리가 캐나다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대부분 두바이, 우간다, 짐바브웨, 인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지에서 온 국제학생들이었는데, 비자 문제로 이들은 미국 결혼식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한다면 주변에 많은 내 가족들은 올 수 있겠지만, 미국에 있는 시부모님 가족이나 캐나다 친구들은 더더욱 참석하기 어려운 구조 였다.
디스테이션 웨딩 vs 짚 마당 스몰 웨딩
나는 데스티네이션 웨딩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현실은 시간과 돈에 타협해야 했다. 그래서 거주 중인 곳 근처인 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 근처 웨딩홀과 베뉴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결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우리에게 장소 대여비는 큰 충격이었다.
이곳의 결혼식은 거의 하루 종일 진행 되기에 렌트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인건비도 한국보다 더 비싸기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결혼은 하고 싶은데 모아둔 돈은 없는 건 일찍 결혼하는 20대의 현실이라.
결혼에 대한 큰 기대가 없는 내가 단 한 가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야외 웨딩이었는데, 가격과 장소 합이 모두 맞는 마음에 꼭 드는 곳을 찾는 것 또한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집 앞 큰 공간을 가진 남자친구의 부모님 앞마당에서 결혼을 한다면 쌩판 모르는 웨딩홀에서 하는 결혼보다 더 뜻깊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몇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조심스럽게 부모님께 허락을 구하게 된다.
결혼식 규모: 성대하고 큰 결혼식 vs 스몰 웨딩
나는 미국 결혼식 하면 무조건 스몰 웨딩이 정석인줄 알았다. 가족, 친구, 친구 동료까지 줄줄이 부르기도 하는 것이 한국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또한 가족마다 결혼의 형태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친구의 양가 부모님은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먼 친척 결혼식이나 가족 행사에도 비행기를 타고 가서 결혼식을 참석하는 분위기였다. 그가 가족들의 기쁜 축하 자리에 참석했듯이, 자신의 기쁜 날에도 많은 친척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리스트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그의 미국 가족 리스트만 100명 정도가 나왔다.
아직 우리 가족들과 캐나다 친구들 명단 리스트를 적기도 전에 이 숫자는 이미 소규모 웨딩의 범주를 훌쩍 넘어선 규모였다. 작고 아담한 스몰 웨딩을 꿈 꿨던 결혼식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미국 결혼식을 단한번도 참석해보지 않은 내가, 캐나다에서 미국 결혼을 준비 한다니! 그것도 웨딩 플래너 없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줄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나는 그저 들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