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애의 끝, 약혼과 새 시작

by 진아

미국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다. 캐나다에서.


이곳은 3년 전 그의 생일을 보내며 연애를 시작한 우리에게 특별한 장소 이기도 하다.

한국에 가족들을 짧게 보고 다녀온 주말, 아침 문자가 왔다.


커피 마시러 나갔다 올까?


일주일에 여섯 번은 비옷을 입어야 할 만큼 추적추적 비가 많이 내리는 캐나다 비씨주 겨울,

나는 무엇을 입어야 할지 망설임 없이, 이날도 어김없이 비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우리는 카페에서 만나자마자 서로의 일상과 안부를 신나게 주고 받았다.


진아, 우리 산책 하러 팍스빌 (30분 떨어진 작은 근교) 다녀올까 ?

너가 한국 다녀오고 너무 오랫만이라 둘이 나들이 가고 싶어.


우리는 늘 즉흥적으로 움직였기에, 데이트를 계획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를 많이 기다렸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뭐든 좋기에 그를 따라 나섰다.


이곳은 내가 고등학교 때 잠시 캐나다에 와서 8개월간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곳이자,

3년 전 그의 생일에 마음을 주고받았던 공원이 있는 곳.


나는 도착 하자마자 배가 아파서 푸세식 화장실에서 이 큰 일이 벌어나는지도 모른채 Number #2 를 치뤘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그 너무 긴장한 나머지 준비한 편지를 차에 두고 내려 내가 화장실에 있는 틈을 타 다시 차에 다녀 왔다고 한다.


그렇게 나와서 그와 손을 잡고 걸어가며 아무것도 모른채 나는 3년전 앉았던 테이블을 가르치며 말했다.

저기, 우리가 앉아서 서로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내가 너 케이크 촛불 불어준 곳이잖아!


조금씩 다가가보니 멀리서 케익과 꽃이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것을 볼수 있었다.


신중한 그를 재촉하며 나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Sorry for the wait.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케익의 문구를 보니 웃음이 났다.


신중한 그에게 프로포즈를 받기 위해 목빠지게 기다린 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었다.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서 네가 필요한건 반지 하나와 튼튼한 무릎뿐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거야?




나는 케이크를 보는 그 순간에도, 우리가 함께 기획한 다음달 멕시코 여행 에서 프로포즈를 할거라고 굳게 믿었기에

한국 다녀오는 주말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기 시작했고 나에게 달콤한 말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지금 약혼을 하고 있다 라는 걸 깨달았고, 심장이 엄청 나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접했던 성대하고 거대할거 같던 프로포즈의 순간은 이렇게 비밀스럽고 로맨틱한 것이었다.

그가 떨리게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영화에서 보는 스쳐 지나가는 씬이 이 순간, 내 머리속에서 지나가고 있었다.


비옷에 화장도 안하고 그 순간 그대로를 담은 순간 이었지만,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해서일까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것의 순간을 그와 함께 나눌수 있었다.

너무 그 다운 프로포즈 였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나에게 기쁨만을 줬다.

나는 너무나 놀랐지만 프로포즈를 받는 행위가 너무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으로 느껴졌다.


절대적인 서프라이즈를 꿈 꿨던 내 피양세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예상했던 시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고

내가 가족들을 짧게 보러 한국에 다녀왔던 그 주말, 그렇게 나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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