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다 지친 건 처음입니다만

국제 연애와 밥먹는 속도

by 진아


미국인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첫 식사 를 하던 날이었다.

내 인생에서 식사 하다가 지쳐 버린 경험은 인생 처음 이었다.

식사 자리에서 에피타이저 → 메인 요리 → 와인 → 또 와인 → 디저트

이 모든 것을 먹고 이야기 하며 밥 먹으며 무려 4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 있을수 있다니?


결혼까지 생각 하는 남자친구의 부모님과의 일년에 몇 안되는 식사 자리.

잘 앉아 있으면 될일인데 난 왜 이렇게 긴 식사 시간이 괴로운 것인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숨통이 트였다.



1. 한국인의 밥 먹는 속도


나와 그는 밥을 먹는 속도가 너무 달랐다.


나는 항상 밥을 먹을 때 먹는 데 집중했다.

나에게 하루 중 밥 먹는 시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니 잘 즐기려면 집중력이 필요했다.

밥이 빨리 식기전에 먹고,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하니까!

음식 간 조화를 맞춰 여러가지 잘 먹으려면 집중력이 필요 했다.


반면 남자친구는 식사를 시작하면

그날 있었던 일, 하루동안 생각한 것,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조잘조잘 풀어 놓았다.

당연히 젓가락질은 느려지고 억울하게도 더 많이 먹게 되는 쪽은 늘 나였다.



2. 식사후 제 빨리 일어나기


우리는 식사 후의 동선도 달랐다.


나는 밥을 다 먹고 나면 목표가 끝났으니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를 생각했다.

과일을 먹기 위해 뭔가를 꺼내거나, 설거지를 해서 환경을 바꾸고

다시 앉더라도 일단 한 번은 움직여야 마음이 편했다.


나는 함께 하는 시간과 이야기가 아무리 즐거워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느긋하게 저녁을 먹는 시간에도, 효율성과 시간을 따지고 있었다.

반면, 그는 한 자리에서 음식과 대화의 시간을 몽땅 함께 즐기는 사람 이었다!



3. 그의 한국 방문과 문화 충격


연애 2년차가 되던해, 그는 일년치 휴가를 모조리 쏟아 한국을 방문 했다.

그때 한국인의 초고속 식사 문화를 경험 했다.


한국 사람들은 밥을 진짜 빨리 먹더라.
이제 막 먹기 시작 하려는데 어른들이 숟가락을 내려 놓으셨어....
한국을 다녀오니까 너의 퍼즐이 더 맞춰지는거 같아.



이제 숟가락을 드려는데 다 먹고 또 2차로 넘어가는 한국인의 재빠름을 목격 하며 그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왜 너가 식사 자리에 왜 오래 잘 못 앉아 있었는지 이제 알거 같아!


미국과 한국의 밥 먹는 속도와 식사 예절의 차이는, 우리의 성향 차이를 넘어 역사와 관련이 있다.

한국이 가난했을 시절에는 밥을 빨리 안 먹으면 형제자매에게 음식을 뺏길 수 있었다.

한 끼 한 끼가 귀하던 시대였다. 밥 먹을 때는 밥만 먹으라는 말도 그 시절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르겠다.


나도 물론 가족들끼리 밥 먹을때면 이야기를 풀어 놓느라고 수다에 집중 할때가 많다.

그럴때 아빠가 한 말씀 하신다.

밥 먹으면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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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우리보다 먼저 풍족한 시기를 오래 겪어 왔고, 음식 걱정 없이 대화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식사 문화가 경제적 기반과 함께 자리 잡았다. 또 함께 나눠 먹기보다는 각자 먹을수 있는 음식이 있으니 자기 속도대로 먹으면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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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음식을 먹는 속도는 살아온 시대와 문화가 반영된 결과임을 증명한다.


식탁 위에서 서로를 이해한 지금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템포를 맞춰 그 중간 어디에서 만나고 있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는건 마음의 속도을 맞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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