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깥 놀이

Recess

by 진아

학교 정착자 ( settlement worker in schools ) 로 일을 하고 있을때 였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 메일을 확인하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희 아이가 학교에서 일어난 일로 좀 이야기 나누고 싶어 전화를 드리게 되었어요.

무슨 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비가 많이 오는 날인데, 아이가 밖에서 놀다 감기에 걸렸거든요.

비가 오는데 아이들을 내보내는 게 속상하네요.

아 그러시군요.


그 당시 나는 이민자 아이들이 캐나다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NGO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거주하는 교육청(district)은 캐나다 출생이 아닌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난민 학생들은 나를 통해 등록 절차를 밟아야 했다.


서류 제출은 물론, 학교에 들어가기 전 필요한 정보와 캐나다 학교 시스템을 안내했고,

등록 후에는 언어와 문화가 낯선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착을 돕는 역할을 했다.


나는 이 전화를 받았을때 첫번째로 든 생각은, 왜 이렇게 비가 오는데 아이들을 밖에 내보낸 걸까? 였다.

이런 일로 속상한 학부모가 불만을 토로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고,

날씨에 따라 활동을 조정하는 것이 학교의 몫이 아닌가 싶었다.


다시 학교 측에 문의해보라는 조언과 함께, 비 오는 날은 옷과 장화를 잘 챙겨 보내달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이후 2년간의 이 일을 마치고, 나는 캐나다 공립 학교에서 특수 아동들과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특수 아동 교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 일을 시작하며 캐나다 공교육과 한국 공교육의 차이점을 뚜렷하게 체감 하게 된다.



야외 활동의 중요성

캐나다 모든 학교는 하루에 두번 바깥 활동이 필수이다.

아침 시간 오전 15분, 점심 먹기전 35분.

처음 이렇게 긴 시간을 매일 바깥 활동에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솔직히 조금 의아 했었다.


오전 수업이 막 끝날 무렵, 아이들이 종이 울리기도 전에 옷을 하나 둘 챙겨 입고 교실 앞에 줄을 서서 이 시간을 기다리는게 아닌가? 종이 울리자마자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은 바깥으로 뿔뿔히 흝어지는 장면을 나는 목격하게 되었다.


자기 자리를 찾아 누군가는 놀이터로, 누군가는 축구장으로, 누군가는 공 놀이터로,

또 다른 아이들은 술래 잡기를 하러 각자 제 자리를 찾아 뛰어갔다.

바같 활동에 뭘 해야 하지 겉도는 학생 하나 없이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이 장면을 보며 나는 감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캐나다 비씨주의 비 시즌이 시작 되고도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비가 많이 내려도 이곳은 아이들을 여전히 밖으로 내보낸다. 아무리 비옷을 입었다고 해도 아이들이 이렇게 오래 비를 맞으며 놀아도 괜찮을까?

( 비옷 장화 무장을 히고 비오는날 바깥 활동을 하러 가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 나는 날씨에 상관 없이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비가 오고 좀 춥긴 해도 즐겁게 노는건 포기 하기에는 지금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나이가 아닐까?

날씨에 상관 없이 즐겁게 놀수 있기에 아이들은 아이들다운게 아닐까?


흙을 파고 노는 아이

축구를 하는 아이들

나무에서 곤충을 수집 하는 아이들

바깥활동과 자연과 너무 당연하게 어우러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내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렸다.


나는 이만큼 바깥 놀이를 즐겼던가?

나는 방과후가 아닌 학교 생활에서 바깥 활동을 한 기억이 있는가?

글쓴이는 교실에서 남들보다 점수를 잘 받지 못할까봐 조마 조마 하고,

친구들과 경쟁 하며 나의 가치를 점수와 동일시 여기며 주눅 들었던 기억들이 더 많았다.


초등학교 2학년때 구구단을 외우며 누구는 5단이고 누구는 7단까지 했다고… 근데 나는 2단까지 밖에 모른다며 밤새 엄마와 구구단을 외우던 영상이 아직까지도 있다.



학교 생활의 50분을 무려 모두 야외 활동을 위해 쓰는 학교 시스템.


교실 안에서 집중과 성취도는 교실 밖에서 균형이 함께 할때, 아이들은 더 건강하게 자란 다는 것을.

날씨에 상관 없이 아이들을 여전히 밖으로 내보내는 교육 시스템을 경험 하며 느낀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놀며 또래와 부딪히며 사회성을 배우고,

날씨에 적응하며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교육 과정을 보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깥 활동은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서야 나에게 전화를 걸어 비가 와도 아이들을 내 보낸다고 항의 전화를 한 이민자 학부모의 전화를 떠올려본다.

시험도 공부도 중요 하지만, 날씨에 상관 없이 사회성을 기룰수 있는 놀이와 몸의 경험을 또한 배움으로 간주하는 캐나다 교육의 긍정적인 면이 이것이 아닐까?

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