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이 말해주는 것
어릴때 소풍을 갈때마다 가장 설레던 일중 하나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열고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는 것이었다.
엄마가 해주는 도시락은 특별했다.
한국에서 공교육의 급식을 먹고 자란 나에게 소풍 날은
각자 가정에서 각자 도시락을 싸와야 하는 특별한 날이었다.
한국은 전국 단위로 초등학교 부터 고등 학교 까지 무상 급식이 제공 되며,
학교에서 제공 하는 점심 또한 교육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캐나다의 급식은 가정과 부모의 책임 이라는 사회 인식이 있다.
캐나다 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학교 내 급식이 표준화 되어 있지 않다는 것 이었다.
실제로 아동 알레르기 비율이 높은 캐나다는
다양한 알레르기와 식단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기에
모두에게 안전하고 동일한 급식을 제공 하기 어렵다.
내가 근무 하는 교육청만 해도 땅콩 반입 금지(no peanuts policy) 은 물론이며 식품내 안전 규정이 엄격 하다.
이렇게 음식 제한이 다양하고 폭이 넓은 만큼,
음식 제한(Food Restrictions)과 알레르기 문제(Allergy Concerns)로 인해
실제로 전국 단위 무상 급식을 하지 않는 다는것.
급식은 교육의 일부가 아닌 복지 개념으로 여겨지기에
필요한 저소득층 아이들이나 취약계층 학생들에게만 일부 점심을 간단하게 제공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캐나다 가정에서는 어떤 도시락을 준비해 아이들에게 보낼까?
학교에서 급식 시간만 기다렸던 나로서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하나씩 열어보며
내가 먹고 자란 급식과 대조되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마주 할수 있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군형이 전혀 없는 도시락.
탄단지 없이 오로지 당으로만 채워진 도시락.
엄마의 손길은 느껴지지 않는,
가공식품이 가득한 도시락.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최대한 덜어 준비한 도시락까지.
각 가정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갖춰진 점심을 직접 부모가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이 도시락을 펼칠 때마다 부모의 삶의 단면을 들여볼수 있었다.
어릴 때 엄마가 소풍 날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준비해 주었던 것처럼,
나 또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면 매일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지만,
매일 도시락을 준비 해야 한다면 나는 아이에게 어떤 점심을 싸줄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