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겠다는 약속
나는 밴쿠버 공항, 작은 화장실 한 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난 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한 것도 아니고
첫 수업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새 나라에서 새 여정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경유지 공항, 다음 종착지로 가기 위해 기다리는 두 시간 사이. 공항 화장실에 쭈그려 울다니.
캐나다에 오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는 나와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먼길 가는 길이 왠지 안전하다고 느꼈지만,
친구와 헤어지자마자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화장실 문을 닫고, 나만 있는 그 작은 공간에 도착하니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다.
집을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대학교 기숙사 도착도 안 했는데 공항에서 이게 뭐 하는 거람.
이 낯선 나라에, 내가 무슨 생각으로 혼자 여기까지 온 걸까?
그다음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돌아가면?
그렇게 한참을 좁은 화장실 안에서 눈물을 훔치다가,
숨을 고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밴쿠버 공항에서 두 시간을 남짓 보낸 뒤,
밴쿠버 아일랜드로 가는 작은 경비행기에 타기 위해 게이트에 줄을 섰다.
나는 비행기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비교적 늦게 줄을 섰는데 그래서인지 비행기 안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좌석을 찾아 계속 걷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질적인 감정을 느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만 빼고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두 나와 다른 얼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 이곳은 집일 텐데,
나는 그때 처음 이방인의 기분을 느꼈다.
썩 좋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괜히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비행시간이 20분쯤 조금 지났을까.
바다를 건너 아일랜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내 언어가 아닌 다른 모국어를 가진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까?
학교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영어가 너무 버거워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면, 그래도 괜찮을까?
공항에 도착하니, 이곳에 살고 있는 이중 사촌 오빠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빠가 홀로 캐나다로 떠나는 딸이 걱정돼
여러 번 부탁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익숙한 얼굴을 보니 얼마나 마음이 놓이던지
긴 여행의 긴장이 풀리면서 또다시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