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돼지 오영오 15
조우현과 김재석과의 불편한 밀회를 가진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난 무렵에 재석이한테 카톡이 왔다.
"계좌 확인해봐."
계좌를 확인해 보니, 가상화폐 투자 변제금 2500만원과 음식점 투자 반환금 4500만원의 합인 7000만원이 들어와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영오가 쉽게 줬어?"
기분이 좋아 재석이한테 물어보았는데, 역시나 영오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영오와 대판 싸우고, 영오가 돈을 한 푼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그냥 내 돈을 보냈어."
영오가 본인의 사기행각이 재석이와 나 때문에 주변에 알려졌는데 돈을 쉽게 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영오는 재석이이게 돈을 한 푼도 갚지 않는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석이가 영오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내용을 스크린 캡처해서 보내줬는데, 오히려 영오가 재석이한테 욕설까지 퍼부었다.
따지고 보면, 본인의 음식점 투자금이 5천만원인데, 1.4억이라고 속이고 난 후, 나에게 7000만원을 가져가서 2000만원을 편취했을 뿐만 아니라, 지분 또한 절반을 가져간 것은 정말 저열한 사기 행각인데, 그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을 사기꾼이라고 몰아갔다며 재석이에게 돼지발을 내민 것이다.
재석이는 그 후, 영오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전화했는데, 본인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이런 일로 자신들에게 전화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까지 했다.
나는 그 즉시 내가 받은 돈을 재석이한테 보냈다.
"병신아 내가 그냥 해결할 테니깐 제발 가만히 있어...."
재석이는 또다시 내가 보낸 돈을 보내며 본인이 일이 틀어지면 보증을 서겠다고 했으니 돈을 계속받아달라고 했다.
서로 7000만원씩 두세번 보내다 문득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상속세금을 고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중간에 국세청과도 껄끄러운 일이 있었어서 덜컥 겁이 났었다. 보통 상속세금을 낸 후 국세청에서 피상속자의 계좌를 2년여간 모니터링하는데, 큰돈이 하루에 몇 번씩 계속 오간 기록이 있으면 머리 아플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다.
"병신아 진짜 이러다가 국세청한테 또 책잡힐수도 있어. 너 진짜 죽을래?"
제발 보내지 말라고 사정사정을 하고, 영오는 내가 법대로 처리할테니, 만약 내가 법으로도 패소하면 그때 일부 변제를 하는 걸로 하자고 재석이를 진정시켰다.
재석이는 그럼 변호사 선임할 때 쓰라며 마지막으로 2000만원을 보내고, 안 받으면 총액을 다시 보내겠다고 하며 협박하였다. 변호사 비용이 2000만원이나 들일 없다고 계속 거절했지만 하도 우겨대는 상황이라 귀찮고 자꾸 계좌로 돈을 서로 송금하는게 부담되어 일단 승소하면 다시 돌려준다는 조건을 걸고 받아두었다.
사실 주원은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심심하다는 이유로 본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습관이 있다. 궁지에 여러번 몰려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소시오패스의 가스라이팅이 노력하지 않아도 장착하고 있는 패시브스킬이라고 한다면 주원에게도 궁극 패시브스킬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무한긍정이 첨가된 자기합리화인데, 요새 사람들 말로는 정신승리라고도 한다. 항상 나는 안 좋은 일이 닥쳤을 때,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한 후, 거기까지 피해가 미치지 않으면 안심하고 기뻐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하였는데, 의사가 어딘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주었을 때, 내가 처음 하는 질문은 심하면 죽을 수 있냐 이다. 심해져도 생명이랑 무관하다고 하면 굳이 시간 내서 병원을 더 찾아가지 않고 병을 키운 후 미래에 훨씬 더 큰 시간과 고통을 대가로 치료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과거에 병원을 다시 가지 않음으로써 얻은 자유와 그 당시의 행복이 더 값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나는 사실 영오에게 가상화폐 투자금을 반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음식점 투자비용을 송금하였을 때, 최악에 상황에 전액을 못 받는 것까지 생각했었다. 두번의 투자비용을 합쳤을 때 원금은 1억3500만원 수준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저 정도 금액을 만약 전부 날려도 인생레슨을 받은 셈 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아가 애초에 (모든 투자금은) 내가 번 것이 아니라 받은 거니깐 억울해할 것도 없을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한 합리화를 마음속으로 정해두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고등학교때부터 유학생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빌려주고 못받은 돈을 다 합하면 수천은 가볍게 넘을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적은 금액으로 안좋은 지인들을 걸렀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석이와 영오가 다투기 전 영오에게 받은 총금액은 가상화폐 투자금 일부인 4000만원, 음식점 투자비용 일부인 4500만원, 음식점 배당금 300만원, 가상화폐 이자금 등을 모두 다 더하면 8900만원 상당이었다. 내가 설정한 최악의 상황에 비해 굉장히 양호한 성적일 뿐만 아니라, 사실 가상화폐 투자금은 그때 당시 리플이라는 희대의 잡코인을 투자하고 있던 것을 빼고 대리 투자해 준 것이라, 원래 잃을 돈이었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이득을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재석이가 제발 가져달라고 빌고 있는 변제금을 포함하면 1억 1천 상황이니 사실 귀찮게 영오와 싸우지 않고도 내 목표금액을 초과해서 환수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주원은 타고나길 게으르게 태어났다.
과거 부동산을 관리하며 임차인과 크고 작은 소송이 오간 적이 있었는데, 매우 매우 귀찮은 과정의 반복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큰 손해가 아닌 이상 손해를 감수하고 소송을 피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영오가 재석이에게 보낸 욕설 메세지이다. 따지고 보면 영오이 욕심에서 시작한 가상화폐 투자도 괜히 중간에 낀 재석이가 나에게 몇 번이나 양해를 구하며 변제기일도 늦춰주고, 음식점 투자도 안 한다는 것을 보증까지 서면서 나를 설득해 준, 영오입장에서는 은인 같은 사람에게 본인의 사기 행각이 들통이 났는대도 욕설을 하며 일방적으로 근거도 없이 돈을 안 갚겠다고 하는 상황이 곱씹을수록 화가 났다.
앞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 재석이는 내게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나이는 한 살 많지만 어리숙한 면이 있어서 마음속으론 동생이라고 생각하는 친구인데 어떤 형이 동생이 맞고 왔는데 가만히 있을 것인가. 재석이에게 욕을 한 것뿐만 아니라, 일단 재석이의 돈도 일부 나에게 와있으니 귀찮다고 영오를 패지 않고 자유롭게 사기 친 돈으로 싸구려 와인이나 마시게 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와인삽결살로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무렵 회사에서 일이 많은 시기였지만 나는 휴대폰의 연락처를 뒤적이다가 주원이의 초등학교 시절 과외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16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