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사용설명서_14화

곱창돼지 오영오-14

by 주원

요즘 유튜브에서 성공의 대한 비결을 파는 유투버들의 과장광고와 허위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성공팔이 유투버들은 대부분이 비슷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본인들은 흙수저 출신이며 어떻게 단기간 내에 자수선가를 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수법으로 구독자와 강의수입을 늘리는 양상을 가지고 있다. 이상하게 남자들은 본인이 과거에 형편이 어려웠다는 설정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랑스러울 것까지 있나 싶기도 하다. 특히 본인들을 흙수저라고 지칭하는데 부모님 보기 죄송하지도 않나? 아무튼 그들이 주장하던 스토리가 사실이 아닌 게 밝혀지면서,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한 강의팔이가 결국 사기행각이라며 연일 유튜브가 떠들썩하다.


지인 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유료로 회비를 지불하고 젊은 사업가들의 모임 같은 곳에 나가는 친구가 있다. 한 60명이서 정기적으로 만나며, 랜덤 하게 6명씩 테이블에 배정이 돼서 오전에 한두 시간 같이 식사를 하며 인맥을 쌓아가는 모임이라고 한다. 위의 성공팔이로 논란이 되는 한 유투버의 사례를 보아도, 갑자기 그런 사교 모임에 나타나서 잠시 렌트로 빌린 슈퍼카를 타고 등장하고, 잠깐 월세로 임대한 고급 아파트에 그 모임 사람들을 초대하는 등의 재력을 과시해 인맥을 모으고, 모인 인맥을 활용하여 성공팔이 강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식이지만, 고가의 제품이나 부동산을 장기로 대여하는 것보다 단기로 대여하는 것의 대여료가 상대적으로 훨씬 비싸다. 그러기에 누군가가 살고 있는 주택이 그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고 해도 전세비용이나 장기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실 소유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 사기꾼들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부를 과시한 후 내가 이 정도 먹고사는데 일이 잘못되더라도 너의 돈은 쉽게 변제할 여력이 있다는 걸 강조한다. 구독자들은 항상 두 번 세 번 상대방을 의심하고 사업 파트너의 등기부등본을 주기적으로 떼는 습관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은 절대 과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두길 바란다.


시그니엘.jpg


조우현 말로는 영오도 이 무렵 시그니엘에서 2000만 원을 주며 단기 월세를 살면서 몇십억을 주고 전세로 구했다고 거짓말을 치고 부잣집 자재분들과 선을 보고 결혼하려고 고군분투한다고 알려주었다. 영오도 마스크가 멀끔하고 조금만 영특했어도 지금의 성공팔이들처럼 유튜브 혹은 다른 메이저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지 않았을까? 여담이지만 앞서 말한 유투버들은 이러한 전략으로 강의를 팔아 모든 게 거짓말인게 걸리기 전까지 몇십억씩 축적한 상태라고 한다.


우현이가 영오의 시그니엘이 전세가 아닌 월세라 지적하며 집에 아무런 가구가 없는 상태의 급조한 임대라고 비난하며 우현이의 휴대폰의 사진첩을 열어 본인이 찍은 영오의 시그니엘 집을 보여주었다. 우현이는 사진을 빨리빨리 넘기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진들을 보여주었는데, 그때 문 앞에서 찍은 사진도 있어 영오 집의 호수를 기억해 놓았다.(나중에 이 호수를 기억해 둔걸 요긴하게 사용했다.)


영오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조우현도 영오의 사기 피해자임을 밝혔다. 조우현이 당한 사기 방식은 나름 참신했다. 앞서 말한 조우현과 오영오가 같이 운영하는 발레파킹 사업은 오영오 친구의 부모님이 하는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만 전담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오영오가 해당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신규지점 가맹계약서를 조우현에게 들고 왔다고 한다. 그러더니 가맹계약금 및 음식점 인테리어 등 전반적인 제반 설비를 포함한 총 투자금 20억 필요한데, 본인이 현재 18억 있고, 모자란 2억을 투자하면 15%의 지분을 넘기겠다고 하며 조우현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조우현은 해당 음식점의 발레파킹만 하더라도 수익이 워낙 좋았기에 신규 지점의 흥행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고, 2억 즉 10%의 비용을 충당하면 15%의 지분을 준다 하니 돈을 끌어모아서 영오한테 건네었었다고 했다. 나중에 우현이가 알게 된 사실은, 해당 가맹계약서는 애초에 영오의 것이 아니며, 18억을 모은 것도 거짓말이고, 본인 말고도 다른 지인들한테 동일한 수법으로 돈을 편취한 후 그 돈으로 아파트를 샀다고 했다. 우현이가 속은 건 실제로 영오가 건넨 계약서의 음식점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영오가 그 음식점 대표의 아들과 절친이기에 의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니 왠 뜬금없이 아파트를 샀대요?"

내가 물었다.


"몰라 아파트가 예전부터 갖고 싶었대."


영오는 보통 일반 직장인들이 일평생 모아야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지인들에게 사기 쳐 편취한 돈으로 매입했었다. (추후에 빚에 허덕이다 매매했다고 들었는데 매입가 대비 추정 두 배이상 오른 상태에서 팔았다고 한다.)


"그럼 2억을 떼어 먹히고도 가만있었어요? 다른 지인들은요?"


"다른 지인들에게 비싼 이자를 주면서 원금을 갚고 있는 사람도 있고, 소송 중인 사람도 있어. 그리고 나는 발레파킹 사업이 엮여있어 고소는 못하고 나도 그냥 발레파킹에서 영오에게 줄 몫을 많이 가져오면서 2억에서 차감 중이야."


조우현이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는데 재석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갔다. 마치 영화 조커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본인의 엄마가 정신병 환자인걸 알아챘을 때의 표정과 같았다. 그 후에도 조우현은 영오가 한 다양한 사기 행각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는데 매우 기발하였고, 나는 혹시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영오의 사기수법에서 얻을까 봐 자세한 이야기는 적지 않기로 한다.(실제로 적었다가 지웠다.)


"그래도 영오 할아버지가 그 회사 창업가인건 아시죠?"

샤랍하고 있던 재석이가 오랜만에 겨우 한마디를 토해냈다.


사기꾼들의 레퍼토리 중 비슷한 것이 있는데, 본인 성이 흔한 성씨인 김/이/박 씨가 아닌 이상 동성인 사람 중 기업가를 찾은 다음에 본인이 그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을 퍼트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영오도 오 씨중 본인과 전혀 관련 없는 어떤 회사의 창업주를 찾았고, 본인 할아버지가 그 회사의 오너였는데 영오의 아버지, 즉 회장이 아들을 못 미더워해서 타인에게 회사를 넘겼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해당 회사는 큰 기업은 아니지만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물건을 만든 회사다. 전청조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기를 쳤는데 성공팔이 유투버들과도 그렇고 영오의 행적에는 사기꾼들과의 유사점이 많다. 어디 학원이라도 있는 것인가..


영오는 이 사실을 본인의 부모님이 너무 싫어하니 재석이에겐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해 둔 상태였고, 입이 무거운 재석이는 나한테조차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영오의 베스트프랜드인 우현이는 해당 사실을 알 것이라고 짐작해서 영오의 민낯을 벗겨지고 본인이 수세에 몰리자 꽁꽁 숨겨두었던 비밀을 푼 것이다.


"xx산업? 그것도 구라야. 내가 하도 의심 가서 영오 부모님이랑 밥 먹다가 영오 화장실간사이에 물어보니깐 전혀 처음 들어보는 반응이셨어."


재석이는 영오와 함께 지내며 금전적인 손실을 본 적이 없다. 예전에 한번 언급했지만 소시오패스의 특징 중 하나는 주변사람들을 가스라이팅하는 것인데, 진화된 소시오패스는 고등기술인 아우슈비츠라는 기술을 시전 할 수 있다. 아우슈비츠는 대상을 가두어두고 고밀도의 가스를 장시간 주입하여 본인의 말을 다 믿고 따르는 병사로 만드는 기술인데 아우슈비츠는 술자인 소시오패스에게도 손이 많이 가는 기술이라 시전 할 수 있는 상대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대입하면 퀸에 당한 인페스티드 테란이 되는 것이다. 재석이는 십여 녀간 영오의 아우슈비츠 기술에 걸린 상태였고, 내가 수개월간 마스크를 씌워주려고 노력해도 고집부리고 쓰지 않았는데, 우현이가 가스밸브를 잠근 셈이었다.

인페스티드 테란.jpg 재석이의 모습


조우현이 오영오와 본인에게 얽힌 스토리를 다 말해주고 나에게도 조언을 해주었다. 본인도 도대체 영오가 어떤 방식으로 돈을 수급해 오는지는 모르지만 본인이 지켜본 바로는 지속적으로 압박을 하면 조금씩 토해내니 너무 싸우지 말고 자기처럼 오래 걸려도 2(좋게+조금)씩 받아내라는 어드바이스였다. 조언 없이도 그 방법으로 돈을 회수하고 있었는데 재석이가 다 망친 상황이지만 일단 시간도 늦었으니 알겠다고 하고 대화를 마쳤다.


재석이와 헤어지고 차 안에서 전화를 하며 갔는데, 나는 이미 우현이가 안 시점에서 영오에게 협박할 무기가 없기 때문에 돈을 받아내기 힘들 거란 말을 재차 했었다. 그랬더니 지금부터는 자기가 알아서 할 거라고 했다. 전혀 믿음이 안 갔지만 일단 밤이 늦어서 집에 들어가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잠에 들었다.


1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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