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하라고 하는데

by 노월

소중함을 알았을 땐 늦었다는 말에

정작 소중함을 알고 있어도

평소 하는 외에 기실 더 할 것이 많지 않음이라.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 어느 날 문득문득 사무치게 그가 그립다고 하는 말들에, 아직은 그를 볼 수 있음에 안도하지만, 있을 때라고 딱히 특별하고 대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따로 있는지 모르겠더라는 것이다. 연락하고 만나서 손 잡는 외에.


그래, 아들아. 밥은 먹었나?

그럼. 지금 시간이 얼만데. 엄만?

응, 나도 잘해 먹고 있다. 걱정마래이.

이쯤에서 더 이상 할 얘기도 없다. 기껏해야 반찬은 뭔지, 아픈 덴 없는지, 불편하진 않은지, 필요한 건 없는지. 더워지고 추워지는 날씨에 감기 조심하고 건강하라는 얘기 끝에 노인은 마지막 한마디 덧붙인다.

먼 자식보다 가까이 네 덕분에 고맙다. 잘 지내고, 사랑한대이.


뜸하게 한 번씩 소원 아닌 소원이 있다, 갈 때 자는 잠에 갔으면, 내게도 그런 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기 전에 간다는 인사는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면, 노인은 그러겠노라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지켜지기 힘든 약속을.


예전의 노여움도 힘 있을 때의 일이고, 까탈스러운 입맛도 여유 있을 때의 지적이고, 마음 같지 않은 기력에 힘없단 소릴 많이 하면서도 한 번씩은 그랬으면 하는 것들이 있는가 보다. 육회 같은 음식이 그렇고, 장독 옮길 때도 그렇다.


없어보면 안다. 그러니 잘해라. 먼저 보내고 남은 이들의 말의 뜻을 알면서도 구체성으로 들어가면 살짝 공허하다. 들고남엔 사람뿐 아니라 사물조차 그러하니. 그런 말 하는 이들이 몰라서 그랬으랴. 남겨진 이에겐 사라져 가는 모든 게 다 그러함을.


오고 감이 언제 인간의 일이었나?

오고 싶어 온 세상이 아니고, 가고 싶다고 가는 인생이 아니지 싶다. 때가 되어 왔다가 그렇게 간다. 오고 가는 그 사이에 그동안에 그 틈에 우린 만나고 있다. 잘하고 못하고가 있을까? 할 수 있는 만큼 하며 산다. 미련 없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나중의 아쉬움과 후회는 그리움 되어 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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