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서

은은해서

by 노월

급경사 내리막에 조심

걸음에 신경 쓰이고 주변을 살피지 못해도

언뜻 어딘가 향기가

고개 들어 두리번 꽃이라 할 만한 나무는 안 보이고


다음날에도 다음날에도

경사 급한 길을 내려오면서

다시 은은한 향이

모퉁이를 돌면 그 향은 사라지고


오늘은 그 정체를 밝히리라

조금씩 단풍 들고 있는 나무들은 아닌

평범한 나무 푸른 잎의 누르스름 꽃망울이 조르르

활짝 피기 전인데도 은은하게

이 놈이구나, 너였구나


그게 어떤 향인데?

물음에 궁색해지다 아무런 말 못 하고

표현의 한계일까

맛도 색깔도 소리도 촉감도 마땅한 단어가 없구나


손 가득 움킬 수도 담을 수도

나무 밑으로 데려가야 하나

검색해서 보여줘도

향기는 어디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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