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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un 25. 2022

무사 희 2

방황하는 낭만 검객

우린 서로가 서로를 어렵지 않게 알아봤다. 같이 소주 한 잔 할 때조차 경영이나 셈법 등은 묻지도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대화중 우연히 그런 얘기들이 나오면 나오는 데로 할 뿐이었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의 禮, 法, 道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민족성까지 결부시켜 얘기하는 걸 둘 다 좋아했다. 이웃해 살면서도 서로 너무나 다른 정신문화를 형성한 동아시아인들의 역사 또한 좋은 안주거리였다. 특히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 광이었던 무사 희의 얘기는 실감 난 표현과 함께 흥미진진했다.


살면서 무사 희도 한 때는 나름 잘 나가는 관장님이었다. 운영하던 검도관이 잘 되어 건너 동네에 또 도장을 열어 두 곳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사범 선생도 몇 명을 두고 같이 운동하기도 했다. 수련생도 많았지만 자식들의 운동을 보러 따라온 부모들까지 같이 검도를 배우는 경우도 많았으니, 가히 붐이 일었다.


원래 도복에 묶는 띠는 모두 흰색이다. 초심자의 깨끗한 흰색의 띠가 연습과 수련의 과정에서 회색빛으로 바래고 검은 것처럼 지저분해질 뿐이지. 그걸 태권도나 다른 무예관에서 띠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어서 그렇지,  본래 띠는 흰색뿐이라고. 그래서 시합에 드는 경우에 흰 띠를 맸다고 초단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상대의 흰 띠가 몇 번이나 닳고 버려지고 새로 묶은 흰 띠인지 알 수가 없거든. 그냥 서로 합을 맞춰보고 나서야 실력을 알 수 있을 뿐이지.


그렇게 2년의 호황기 속에서 무사 희의 마음속에슬금슬금 속으로 파고드는, 고수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그 열망과 간절함이 솟구쳤다. 그래서 그 잘 나가는 도장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오로지 운동에 전념을 하게 되었다. 절정 고수 한 분을 모시고 다른 여러 관장들과 수련을 하면서 한창 실력을 닦을 때쯤, 그 고수분에게 사고가 나서 그만 운동 모임은 해산이 되어 버렸다. 그곳에서 무사 희는 나름의 수제자 위치까지 올랐으나, 거기서 멈춰야 했었다. 이후 가르치는 이 없는 수련의 생활들은 의문이 생겨도 더 이상 누구에게 물을 수 없었다. 배운 것이야 단련을 하면서 나아갈 수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궁금증은 각자 나름 수련을 통해 터득을 하고 추측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검도관을 오픈하면서 운동을 계속해 나가길 원했으나 이제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에 도장을 접고, 다시 문을 열어 시작한 곳이 여기 지하층 검도관이었다. 여전히 그는 자신감이 차 있었으나 어쩔 수 없는 경제적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 번은 무사 희가 내게 묻길 " 우리 같은 칼잡이 들이야 서로 칼을 쥔 상대를 대상으로 누가 더 실력이 뛰어난지를 겨루어 성패를 가리는 일들이지만, 넌 무장해제된 환자를 대상으로 오로지 너만의 능력으로 낫게 하는 상황이라 더 힘들 것 같은데 어떻냐?"는 것이다. 칼을 겨누고 생생하게 눈앞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상대의 반응을 먼저 파악하여 수비든, 방어든, 공격을 하는 무협의 세계에서 보기에 나 같은 한의사는 침이라는 무기로 수동적인 환자를 치료하는 게 언뜻 더  난해해 보이는가 싶었다. 보기에 평온해 보이는 이곳도 강호 고수들의 무림 천지요, 우리 자체 내뿐 아니라 환자들과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나름 氣싸움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환자는 의사를 떠보기도 하고 자신감을 가늠해보기도 하고, 반대로 의사도 환자의 의지 정도나 믿음 등을 건드려보기도 한다고.


무사 희는 몇 년 전 좀 더 번화가로 옮기면서 나랑은 연락이 뜸해졌다. 어디나 그렇지만 신규 오픈을 하면 홍보하고, 이벤트도 하면서 자리 잡기까지 시간도 걸리고 애 좀 써야 다. 그 후 들리는 소문에회원들이 많이 늘었다고 했었다. 그러다 코로나의 여파로 다시 어려워졌는지 그만 소식이 끊겼다.


무사 희는 만화의 주인공같이 또 어딘가에서 무예를 닦고 있을는지? 바람의 파이터로 남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어찌 될지? 무사 희, 무사히 지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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