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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un 27. 2022

무달화(無怛化)

파도의 쓸림에도 버틸 거란 오류

여름 한낮의 바닷가 백사장

한창 열받은 모래는

맨발로 몇 발작만 디뎌도 델 듯

부드러운 게 오히려 발이 빠


발을 오므려 걸으니

걸음이 더 더디다

얼른 다에 발 담그고 싶은데,       멀다


뛰듯이 닿은 뭍가, 바닷가

물 젖은 모래는  물 빠진 해변

단단한 모래톱은 나를 떠받들기 충분하고

쓰우쌰하 파도가 발끝에 락가락


그 경계면 어디쯤 멈춰 버티고

육지와 바다가 만나고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하고

고착과 유동이 맞물려있다


발등까지 적셨다 빠져나가는 파도는

처음 간질 듯이 발바닥 모래를 훔치더니

점점 내 체중에 버틴 발 밑 모래만 남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이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에 속아

변화 속 불변이 또 있는 줄 알았다가

무달화로 벗어나고서야 발걸음을 옮긴


남겨진 무게 자국은 이내 바닷물에 지워지고

모래 위엔 파도의 흔적이 길게 남는다

물결처럼 바람결처럼 얼룩무늬처럼 직선 아닌 곡선으로


세상의 불완전함에 불안한 이유가

변화와 변동에서 항상이길 바란 거라면

고정되는 순간 강은 이미 흘러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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