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의 나이가 한평생 평행을 이룬다(엄마의 서른)

#서른의 엄마와 여덟 살 소녀

by 세시반

엄마의 서른


엄마 나이의 앞줄이

2에서 3으로 바뀌던 해

여덟 살 소녀는

엄마가 늙었다 생각했다


엄마의 나이

겨우 서른이었다


소녀 나이의 앞줄이

2에서 3으로 바뀔 즈음

결혼한 소녀는

엄마가 되었다


소녀의 나이

이제야 서른셋이었다


엄마의 서른에서야

소녀는

엄마의 서른이

젊음이

아까웠다




스물 하나, 만 스무 살에 엄마는 결혼했다. 그리고 곧이어 나를 낳았다. 아이가 아이를 낳았다.


서른 살의 엄마가 떠오른다. 앞자리가 바뀐 엄마의 나이가 무척 낯설었다. 그때의 엄마 나이를 훌쩍 넘어선 딸은 제 몸뚱이 하나 챙기기 버거워 아등바등거리는데, 어리고 여린 이십 대, 삼십 대 꽃다운 여인은 자식 셋을 키우며 일찍 어른이 되었다. 한 살, 한 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나의 예민한 30년과 무심히 지나간 엄마의 30년. 엄마는 어떻게 나이를 이겨냈을까?


마흔을 앞둔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것과도 결별하지 못한 채 미혹에 흔들리기 바쁜데 엄마의 시간은 참 빠르고, 참 단단했다. 엄마는 마흔에 두딸을 독립시키고, 자유를 찾고, 좋아하는 산을 실컷 다니며 "바다는 계속 보면 지루한데 산은 좀처럼 지루하지 않아" 했다. 갱년기가 두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엄마는 “딸아, 흘러가는 대로 편하게 생각하면 돼” 했다. 원체 무심하고 데면데면한 엄마답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그런 단순함이 엄마의 인생을 곧게 만들었을지도.


바다보다 산이 좋고, 도시보다 시골이 좋고, 밤하늘이 좋고, 단순하고 유쾌한 게 좋은 요즘, 엄마가 무심코 뱉은 말들이 인생의 진리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점점 엄마의 나이와 가까워지고 있나 보다.

도무지 같아질 수 없는 엄마와 나의 나이가 한평생 평행을 이룬다. 엄마에게 겨우 닿았다 싶으면 엄마는 저만치 가버린다. 마침내 겨우 또 닿더라도 이제는 없어질까 두렵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안에 엄마의 나이를 온전히 안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녀의 전부를 이해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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