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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기툰 Mar 25. 2021

은둔형 외톨이 카페견 수달이는
애견카페가 싫어요.

그냥 우리가족끼리 살면안 될까요?

수달이는 처음엔 포메인 줄 알았다. 애견카페 초창기 삼식이를 분양한다는 강사모의 글을 보고 남동생은 안산으로 내려갔다. 지금 아이들의 공동 보호자인 여동생 말고 당시 같이 동업했던 막내 남동생이 있었다. 신림동에서 우리 삼 남매는 애견카페 사업을 같이 시작했고 의기투합해서 카페를 한동안 잘 키워나갔다. 그러나 일 년이 다다르자 남동생의 지나친 과소비와 바쁜 주말에 가게는 재쳐두고 마음대로 놀러 다니는 등 무책임한 돌발행동 급기야 폭력성까지 드러내며 일 년 만에 일에서 손을 떼고 가족으로서 인연을 끊고 살고 있다. 남동생 이야기는 아직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큰 상처였고 건드려서 꺼내기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수달이 이야기를 하다가 남동생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이 아이는 남동생이 우리와 상의 없이 즉흥적으로 데려왔기 때문이다. 삼식이를 입양하러 안산으로 가는 도중에 같은 지역 강사모에 2개월짜리 포메 분양글이 올라왔다고 데려왔단다. 삼식이는 가족끼리 상의 후에 입양한 게 맞지만 수달이는 계획에 없던 입양이었다. 나와 여동생은 최대한 카페견을 늘리지 않으려고 했다. 언젠가 애견카페를 그만두더라도 어디 보내지 않고 감당할 만큼의 아이들만 입양하자는 게 우리의 신념이었다. 편의점의 1+1 상품도 아니고 삼식이를 데리고 왔을 때 남동생의 품에서 이제 눈도 겨우 뜬 주먹만 한 블랙 포메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고 화도 났었지만 이미 데려온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없었기에 우리 아이들의 막내가 됐고 이름은 손님이 지어준 수달로 정해졌다. 수달이는 당시 아직 접종이 안된 상태여서 접종이 끝날 때까지 한동안 호텔장 안에서 지내야 했다. 다행히 건강했고 밥도 잘 먹고 활발했던 수달이는 하루가 다르게 폭풍 성장했다. 1년이 지나고 9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에 포메의 모습이 아닌 스피츠의 외형을 가지게 된 수달이. 뭐 상관없었다. 건강하고 사회성 좋은 아이였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눈도 못 쳐다볼 정도로 서열 1위 코코를  무서워했던 수달이. 지금의 수달이는 코코를 사랑하는 팔불출이다.



올해 8살이 된 수달이는 솜이와 같은 나이다. 까칠한 성격의 코코, 군기반장에 개그 담당 달봉이, 골든 레트리버 전형적인 천사의 품격을 가진 삼식이, 분노조절 장애를 극복 중인 솜이 그리고 5번째 아들내미 수달이는 애견카페를 좋아하지 않는 카페견이다. 수달이가 처음부터 애견카페를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수달이 역시 어린 강아지 때는 다른 강아지들과 뒤엉켜 뛰어놀기 좋아하고 손님들한테도 애교도 많은 누구보다도 애견카페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착하고 순해서 사고 한 번 치지 않고 아픈 적도 거의 없어서 어떻게 보면 우리의 관심이 덜 간 아이기도 하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한 것은 카페에 방문한 허스키한테 물리고 난 후부터였다. 수달이는 자기를 예뻐했던 이 허스키 견주분을 많이 좋아하고 따랐었다. 물림 당시 나는 집안일을 하느라 카페에 없었는데 아르바이트생에 의하면 배를 보이고 복종 자세를 하고 있는데 얼굴을 물렸다고 한다. 다행히 여러 개의 이빨 자국만 났을 뿐 크게 다치진 않았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수달이는 이때부터 그 허스키 가족을 피하기 시작했다. 산책할 때 가끔 마주칠 때면 하네스를 풀고 도망갈 정도로 공포에 떤다. 그 사고가 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수달이는 점점 폐쇄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우리 가족 이외에 대형견 모두를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 애견카페는 대형견을 받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도베르만, 말란뮤트, 허스키, 그레이트 피레네즈 같은 대형견들도 많이 받았었다. 대형견 견주분들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나이가 많은 우리나 우리 아이들이 점점 감당하기 힘들기도 했고 대형견 소형견 구역이 나눠져 있지 않은 카페에서 사고가 날 경우 피해견이 입은 대미지가 소형견이 끼치는 것에 비해 피해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카페 안에 낯선 대형견이 입장하면 수달이가 가장 무서워한다. 카페에 대형견을 받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수달이의 이런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달이는 점점 카페에 있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게 됐다. 항상 구석에서 웅크리고 잠만 자다가  밥시간이나 산책 시간 때만 슬슬 기어 나온다. 수달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산책이다. 산책시간이 되면 문 앞에 서서 얼마나 눈치를 주는지 모른다. 비가 와서 산책을 못 갈 상황이 되면 그 서운한 표정이 죄책감을 들게 할 정도이다. 산책만 나가면 세상 행복한 수달이. 다른 아이들보다 유독 노즈 워크를 좋아하는 수달이는 산책 도중 다른 아이들이 마킹한 바위나 풀숲 곳곳을 심오한 표정으로 냄새를 맡으며 맘껏 마킹을 즐긴다. 마치 해방감을 만끽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람과 햇빛과 흙냄새를 온몸으로 느낀다.


 

산책 나가자고 졸졸 따라다니며 눈치 주는 수달이.








2년 전쯤 수달이 때문에 우리 자매가 식겁한 적이 있었다. 퇴근 후 아이들 간식을 먹이고 우리 역시 늦은 저녁과 와인을 마시며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싸한 느낌에 수달이를 봤는데 갑자기 발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공은 풀리고 온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옆으로 고꾸라지는 수달이를 붙잡고 놀란 우리들은 인공호흡을 하고 온몸을 주무르며 연신 수달이를 불러댔다. 한동안 발작을 하던 수달이는 잠시 후 경직이 풀리며 안정을 되찾았다. 당시 여동생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수달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 말았다. 바로 다음날 근처 동물병원으로 달려가서 상담을 했는데 수달이 나이로 보나 발작 행태를 봐서 수면발작 같다고 했다. 우리는 일단 안심했지만 며칠 동안 강아지들의 발작에 대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며 찾아봤다. 발작의 원인이 간질이나 뇌수막염 또는 뇌종양 등등이 있었으나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도 발작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봤을 때 수달이의 발작은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비가 와서 산책을 못 나가거나 카페에 사람들이나 강아지들이 많을 때마다 수달이의 발작증세가 있었다. 수달이와 비슷한 예로 초창기 때부터 우리 카페에 다니던 미니핀 에드에게도 유사한 발작증세가 있있다. 에드 엄마가 몇 년 전 추석 연휴 때 유럽으로 여행을 가면서 에드를 열흘 동안 맡긴 적이 있었다. 당시 위탁 맡겨진 아이들이 서른 마리 정도 됐었는데 이때 에드에게도 발작이 찾아왔다. 수달이 처럼 온몸이 뻣뻣해지고 동공이 풀리며 발작을 하기 시작한 에드의 모습을 처음 본 우리는 당황했다. 일단 수달이한테 했던 것처럼 응급처치는 했지만 유럽에 있는 에드 엄마한테 차마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연락한다고 해도 당장 달려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엄마의 마음만 지옥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에드의 증세가 계속되면 그때 에드 엄마한테 연락하고 병원에 가보기로 하고 혹시나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으니 그날부터 에드를 산책시키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틀째 잠깐 발작한 이후에 에드의 발작증세는 완전히 사라졌다. 열흘 후 에드를 데리러 온 에드 엄마한테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산책을 못 시키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씩 발작을 한다고 한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안도했다. 스트레스가 아이들한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깨닫게 되고 그 후로 장기 호텔링을 하는 아이들은 매일매일 산책을 시킨다. 산책을 시킨 위탁아이들은 아무리 긴 기간 호텔을 맡겨도 잘 적응을 하다 집으로 돌아간다. 수달이 역시 스트레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걸로 추정되기에 이 아이 역시 하루 두 번씩 산책을 시키고 있다.






다견가정의 보호자로서 애견카페 사장으로서 아이들을 케어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카페 안에서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위탁한 또는 방문한 아이들을 안전하게 그리고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게 케어하는 게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우리도 우리 강아지들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애견카페 상주견으로서 애견카페에 있는 것을 싫어하는 수달이를 볼 때마다 착잡하고 복잡한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전 글에서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는 솜이한테도 항상 미안했고 애견카페 상주견으로서 스트레스를 받을 법한테 묵묵하게 잘 견뎌주는 달봉이와 삼식이 그리고 코코와 봉구한테도 항상 미안하다. 몸이 부서져라 일만 하고 무릎 관절이 아파도 아이들의 산책은 진통제를 먹어서라도 반드시 시키며 몸에 좋은 화식과 영양제를 먹여가며 따뜻한 집에서도 잠들 때까지 돌보지만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왜 이리 점점 커지는 걸까? 아무래도 사랑하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은 정비례하는 것 같다. 오늘도 애견카페 서열 5위 은둔형 외톨이 수달이는 카페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산책시간과 퇴근 시간만 눈이 빠지게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퇴근한 집에서 신나서 뛰어다닐 것이고 제일 좋아하는 코코 누나한테도 놀자고 엉덩이를 치켜들고 들이댈 것이다. 그러면 도도한 코코는 못 이기는 척 놀아주겠지. 수달이는 지금 이 순간 자기를 비롯해서 여섯 마리 형제자매들과 나란히 우리가 애써 준비한 야식을 설레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애견카페를 싫어하는 카페견 우리 수달이. 지금 이 순간 네가 웃고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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