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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기툰 Mar 14. 2021

분노조절 장애견 솜이 길들이기

예민한 성격의 대형견을 키우는 견주의 막중한 책임감을 이야기하다.

올해 여덟 살이 된 솜이는 올드 잉글리시 쉽독이며 삼식이보다 1달 어린 동생이다. 삼식이를 입양한 후 얼마 안돼 입양한 여자아이며 고향은 청주다. 가정 분양인 줄 알고 데리러 갔지만 솜이를 분양한 곳은 농사지으면서 아이들을 주기적으로 교배시켜서 분양시키는 곳 같았다. 솜이의 부견이 예능 방송에도 나온 나름 유명한 아이라는데 아빠가 같은 솜이의 형제는 우리가 아는 곳만 두 곳이다. 유일하게 혈통서가 있는 아이였고 이름 역시 혈통서 대로 솜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처음에 왔을 때는 견사에서 어미랑 지내서인지 온 몸에 찌든 오줌 냄새가 배어있어서 그 냄새를 빼는데 한 달이 걸렸다. 소심했고 겁이 많은 아이였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사를 자주 하는 아이였던 넷째 딸 솜이.


노란 오줌에 찌들었던 솜이 한 달 만에 서울 강아지 되다.



카페 초창기 때 대형견들을 카페에 두고 다니다가 집에 데리고 다니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솜이의 스트레스성 설사 때문이었다. 당시 아직 어린 강아지였던 솜이는 아침마다 카페에 들어서면 묽은 설사 똥을 온몸에 머드팩처럼 범벅을 한 채 좋다고 우리에게 달려들었었다. 강아지는 자주 목욕시키는 게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솜이는 입양 후 한동안 온몸에 찌든 오줌 냄새와 하루가 멀다 하고 똥칠을 해대는 통에 할 수없이 목욕을 매일 해야 했다.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신기하게도 솜이의 스트레스성 설사는 멈췄다. 소심하고 예민했던 솜이는 우리 아이들 중 유일하게 폭력(?) 사고를 치는 아이다. 애견카페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고들이 많이 일어난다. 물림 사고 낙상사고 등등 다양한 돌발사고들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 애견 카페다. 많은 강아지들이 밀폐된 장소에 모여있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제대로 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까칠한 코코를 비롯해 달봉이, 삼식이, 수달이와 봉구와는 달리 솜이는 예민해서 자기 눈앞에 강아지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질투도 심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손님 옆을 차지하고 있다가 다른 아이들이 다가오면 으르렁대며 마우스 펀치를 한다. 마우스 펀치란... 짧게 으르렁대며 툭 치는데 입으로 깨문다는 것보다는 툭 민다는 의미라고 한다. 솜이는 가끔씩 툭 치는 수준을 넘어서 큰소리를 내며 입에 넣다 빼는데 천만다행으로 상처는 나지 않고 침만 묻히는 정도다. 아직 상대 강아지가 다치는 입질까지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강아지가 많이 놀라기도 하고 자칫 다칠 수도 있기에 솜이는 우리 아이들 중 유일하게 엄하게 키운 아이다. 


1년에 한 번 가는 애견 펜션에서 세상 행복한 넷째 딸 솜이의 미소.



솜이가 이렇게 예민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파악된다. 일단 솜이는 레트리버 형제인 삼식이나 달봉이처럼 참을성이 없다. 달봉이와 삼식이는 간식 앞에서 침을 폭포처럼 흘릴지언정 잘 참고 기다리는데 솜이는 참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한다. 게다가 식이성 알레르기와 아토피까지 가지고 있는 솜이는 가려운 증상이 심해지면 예민함은 더욱 심해진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위탁아이들을 케어해야 하기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나 <개는 훌륭하다.> 같은 강아지 문제행동 솔루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 유튜브나 솔루션 프로그램을 보며 응용해보고 사고 치는 솜이를 혼내도 보고 진한 애정을 쏟으며 문제행동을 억제하려고 해 봤지만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는 폭력성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는 솜이에 대해서 몇 년 동안 지켜보고 연구한 결과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솜이가 화를 참지 못하는 상황을 사전에 제거해주는 것이다. 솜이의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자기가 쉬고 있는데 작은 강아지들이 놀자고 달려들 때, 좋아하는 손님들이 와서 자기만 예쁨 받고 싶은데 다른 강아지들이 다가올 때, 손님들이 입장하는 어수선한 와중에 강아지들이 자기 앞을 가로막을 때인데 이런 상황을 완전히 차단시키니 솜이가 사고를 칠만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나 손님이나 강아지들이 많이 모이는 주말 같은 날은 솜이가 참기 힘들어하는데 이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방에 따로 격리시켜놓았다. 처음엔 자기 혼자만 격리된 상황에서 울고 짓고 난리가 났었는데 격리시킬 때마다 솜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나 방울토마토를 주면서 푹신한 쿠션에서 쉬게 하니 차츰 그 상황에 솜이도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말이나 연휴 같은 바쁜 날 많은 강아지들이 뛰어다니며 어수선한 상황이 되면 알아서 주방으로 들어가 솜이 전용 쿠션에서 휴식을 취한다. 분노조절 장애를 가지고 있던 솜이에게 놀라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달봉이와 삼식이와는 무한한 애정표현으로 소통하지만 솜이와의 소통은 좀 다르다. 솜이는 일단 자기가 화를 낼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우선 우리의 표정을 살핀다. 물론 그런 상황이 되면 우리의 시선은 이미 솜이에게 고정되어있다. 이때마다 솜이와 우리의 시선에서는 이러한 대화가 오고 간다.


" 솜!! 괜찮아? 잘할 수 있지??"

" 엄마... 나 지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잠깐 들어가서 쉴게요~"


솜이는 자기가 화를 낼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우리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나눈 뒤 스스로 주방으로 들어가 자기 쿠션에서 몸을 웅크린다. 이럴 때마다 솜이한테 고맙고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 강아지가 너무 좋아서 애견카페를 시작했지만 정작 애견카페 강아지들은 스트레스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기 전에 크몽에 전자책을 낸 적이 있다. 워낙 글 쓰는 행위 자체를 9년 동안 쉬었던지라 워밍업 차원에서 쓴 것도 있지만 애견카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애견카페가 얼마나 힘든 일이고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애견카페의 생명은 생각보다 짧다. 강아지가 무조건 좋아서 앞뒤 가리지 않고 또는 자주 가던 애견카페가 장사가 잘되니 사업적인 측면에서 시작하다가는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일반 카페야 폐업하면 그만이지만 애견카페나 동물전시 업종들은 입양한 아이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며 비극적이다. 보통 애견카페를 폐업하게 되면 카페견 마리수가 많은 경우 본인이 다 키울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제일 바람직한 경우는 카페견들을 믿을만한 곳에 입양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애견카페가 폐업을 하면 다음 사장에게 권리금과 함께 넘기거나 보호소에 보내지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버려지는 일도 너무나 많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명목 하에 애견카페를 운영했다가도 카페를 접으면 상품적 가치가 없는 아이들이 가차 없이 버려지는 현실을 대부분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아.. 이야기가 갑자기 산으로 가 버렸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아직은 내가 왜 애견카페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애견카페를 하면서 느꼈던 회의와 자괴감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버려지는 강아지들에 대해서도 쓰려고 한다.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그 아이의 보호자이며 그런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심장이 조여 오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 솜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미안해서다. 우리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애견카페를 한답시고 너희들을 데리고 와서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좀 더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더 많은 사랑을 받고 편안하게 살 지 않았을까 특히나 솜이를 보면서 항상 느낀다.. 이제는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려고 애쓰는 솜이가 너무도 고맙고 자랑스럽다. 성격은 지랄 맞지만 피부병 이외에 관절도 튼튼하고 몸에 종양 하나 없이 건강한 우리 딸 솜이 엄마들이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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