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를 못하면 일어나는 일

by staynwriter


상담을 하다 보면 가족 구성원의 일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만 있는 자녀, 일을 하지 않는 배우자, 심지어는 팔순 어르신이 50대 후반에 아들이 일을 안 한다고 전화가 온다. 근래에 가장 충격을 받았던 전화는 팔순 어르신의 전화였다. 경상북도에 거주하고 하고 있다는 83세라고 자신을 소개하신 할머니는 58세의 아들이 일도 못하고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이며 전화했다. 막내아들인데 밥은 잘 먹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이 모든 것은 며느리가 이상한 종교에 빠지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듣다 보니 부부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생업을 팽기치고 종교단체에서 집단거주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의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드님이 일을 원하시면 방문해서 상담을 받으시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온몸에서 담배 전 냄새를 뿜어내는 중년 남성분이 방문했다. 전화로 듣던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상담을 해보니 답이 없었다. 외진 곳에서 살고 있는데 차도 없어서 출퇴근에 문제가 많았고 딱히 안내할만한 일이 없었다. 어르신이 아들이 밥이나 제대로 먹고사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그녀의 직감처럼 위생이나 식생활에 문제가 많아 보였다. 아내와 같이 살려면 같이 종교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는데 기본적인 생활도 못하고 있어 보여서 안타까웠지만 그 또한 선택한 삶이었다. 다행히도 몇 주 뒤에 센터에서 제공한 ‘신임경비교육’을 받고 아파트 경비로 취업을 하셨다. 그런데 나와 상담한 이유에 종교단체 감시가 심해져서 상담을 받으러 올 때도 같이 오고 심지어는 면접 때도 동행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가 버는 소득도 온전히 그의 몫이 아닐 것이다.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일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야.”


가족 중에 누가 들들 볶아서 일하는 것도 결국엔 한계가 있다. 조금만 어려움에 닥쳐도 때려치우기 일쑤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없다. 결국 일이라는 게 내 삶을 위해서 해야 하는데 그 내적 동기가 없다. 다 큰 성인이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것을 계속 보는 일은 힘든 일이다. 사람구실이라는 게 결국은 자기가 쓸 돈 자기가 벌어 쓰는 일인데 그걸 못하면 밥만 축내는 잉여인간이 되어버린다. 가족 내에서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경제적이나 정신적인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잉여인간이 되면 점점 중앙에서 외곽으로 밀려나서 가족 내에서도 애물단지가 되어버린다. 존재만으로도 한숨 쉬게 하는 사람이 되면서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일을 한다는 것을 경제적인 활동으로만 보기는 무리가 있다. 경제적인 능력이 그 사람의 유능감과 존재감을 빛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가족을 취업시켜 달라는 사람들에게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이 말한다.


“상담은 본인이 오셔야 가능하세요.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가족 분이 등록하시는 것은 불가능하시고 꼭 본인이 오셔야 합니다. 방문하는 게 어려우시면 전화라도 해보라시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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