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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 Feb 15. 2022

내 콘텐츠를 그대로 베껴간 유튜버!

격렬하게 복수하고 싶다?

얼마 전 청소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청소는 잘 하지도 않으면서 도대체 이런 걸 왜보고 있는 건지...), 

본인의 청소방법을 완전히 베껴서 자신이 개발한 방법인 양 방송하는 유튜버가 있다며 울분을 토하시더라고요. 


나는 여러 사람들이 좋은 방법을 널리 널리 활용하라고 좋은 마음으로 공개했는데, 나보다 구독자수가 더 높은 채널에서 이걸 그대로 베껴서 방송해서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니 너무 괘씸할 것 같은데요. 이걸 고소할 수 있을까요?


청소는 싫지만 청소 유튜브는 재밌엉 (photo by Mofocus @pixabay)


정답은... 쉽지 않다! 입니다.


저작권법의 정의에 따르면 '청소방법'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이 아니에요. 

저작물의 보호대상이 되려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청소방법'은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이라 보기 어렵거든요. 그 기술 자체를 베낀 것일 뿐 유튜버의 표현(구체적인 설명이나 편집과 같은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없는 거예요. 요리 방법인 '레시피' 도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관련해서 미국에서 레시피와 관련한 분쟁이 있었어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A씨는 요리 레시피북을 출판하였는데요, 나중에 보니 전 동업자인 B씨가 A씨의 책에 있는 레시피를 활용하여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걸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죠. 그런데 오하이오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음식제조에 필요한 재료의 동일함은 '사실'의 문제이지, 저작권법상의 '표현'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어요. 


레시피는 공유해야 제맛 (photo by cattalin @pixabay)


물론 이런 청소방법, 레시피 자체가 저작물이 아니라고 해도, 그걸 소개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베낀다면 그건 당연히 저작권 침해가 돼요.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2다28745 판결
원심 판시 이 사건 동영상은 원고가 워크숍에서 의사들에게 주름개선 시술기법을 약 1시간 30분 동안 강연한 내용이 재생시간 18분 정도 분량으로 편집된 것인데, 위 강연은 원고의 주름개선 시술기법을 배우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원고 자신이 실제로 위 기법을 시술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여주고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서, 강연과정에 원고가 직접 피시술자를 상대로 위 기법을 시술하면서 시술단계별 유의사항이나 독자적인 노하우 등을 원고 특유의 화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므로, 원고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을 담고 있는 저작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만약 본인이 그 청소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다면, 그것은 발명의 영역이고, 특허출원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작권은 내가 작품을 만들어 내는 순간 권리가 생기지만, 특허는 내가 발명을 해냈다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특허청에서 등록을 받아야 해요. 그러니 내가 유튜브에서 세계 최초로 그 방법을 소개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특허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누군가 그걸 특허로 출원하면 그 특허를 무효시키거나, 아니면 '나는 너보다 먼저 발명했으니 너의 특허권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어(선사용권)'라고 주장할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럼 다른 구제방법은 없을까요? 만약, 수십 개의 청소방법을 모아 올렸는데, 그중 상당수를 누군가 그대로 베꼈다면? 이런 경우는 해도 너무 하잖아요? 이런 경우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될 여지가 있어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 카목(2022. 4. 20.에 시행되는 신법에서는 '파'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의 가목에서 차목까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부정경쟁행위인지를 세세하게 정하고 있는데, 그런 구체적인 유형에 속하지는 않더라도 뭔가 보호를 해주어야만 할 것 같은 경우를 위해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과 같이 모호한 규정으로 보호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이런 걸 '일반조항'이라고 해요. 그래서 수십 개의 청소방법을 모아 올렸는데, 그중 상당수를 누군가 그대로 베꼈다면, 이건 '나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라고 주장할 수 있겠죠. 다만 법원은 이 일반조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데 아주 엄격하니까 인정이 안될 가능성도 커요. 그리고, 이 경우에는 '고소'는 할 수 없어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 카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을 뿐,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는 없어요. 


결론적으로, 내 콘텐츠를 핵심만 쏙쏙 베껴먹는 유튜버에게 법적으로 복수하는 것은 괘씸하긴 해도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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