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를 읽으며 세상을 보고 나를 돌아본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유익하고 즐거운 일이다. 청정무욕(淸靜無欲)의 정치를 주장하고, 무위(無爲)의 처세를 말하는 노자는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로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노자(老子)의 도(道)에 대한 옛날 사람들의 해석은 너무 관념적이어서 우리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나 역시 여전히 관념적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도가 우리의 언어와 지식이 닿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옛날 도를 닦거나 도를 이해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그 수많은 좌절감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굳이 도(道)를 알려고 무모하게 덤비지 않았다.
다만 도덕경에 나오는 도(道) 이외의 개념 즉 무위(無爲)라든지 무명(無名), 유명(有名)이라든지 하는 것은 나의 짧은 지식으로라도 감히 좇아가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존 주석(註釋)과는 좀 다른 해석을 해보았다.
노자도덕경은 다른 제자백가(諸子百家)의 글과 달리 그 형식이 운문체(韻文體)로 되어 있다. 시적 표현을 쓰다 보니 뜻이 분명하지 않아 사람에 따라서 그 해석이 천차만별이다. 수천 년 동안 숱한 주석이 있었지만, 그 뜻을 제대로 풀어낸 사람은 없는 듯하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책에 쓰인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의(槪念定義) 없이 막연히 관념적 해석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뜬구름 잡는 해석이 나오고 신비주의로 흐르고 말았다. 노자 자신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손에 잡히지 않던 무명(無名), 유명(有名), 충(冲) 같은 개념들이 드디어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지금에야 정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은 뇌과학(腦科學)과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은 바 크며 특히 AI 알고리즘의 발견은 이 책에 나오는 개념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