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3 내란

by 너우니

2024년 12월 3일, 한국에서 발생한 친위 쿠데타는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사건 이후 단체 채팅방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공간에서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건의 충격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체감한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권력 구조의 문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만약 12.3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한국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급격한 퇴행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군부 독재 체제가 다시 수립되면서 민주주의적 권리와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되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억압되고, 반대 의견을 가진 시민들은 탄압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으로도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로 인해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었을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는 북한과 유사한 독재 국가로 간주되어 고립이 심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정치적 참여 의지는 크게 위축되었을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번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데에는 물론 K민주주의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미국이라는 외부 원심력의 존재는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통해 안보와 경제적 협력을 유지해 왔으며, 이들 쿠데타 세력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전통적인 집권제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운영체제인 민주주의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고, 특히 미국의 존재는 우리 사회가 전통적인 집권제로 회귀하려는 구심력을 막아내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세력의 도움만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사례에서 보듯, 스스로 민주주의를 지킬 의지가 부족하다면 외부의 지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내재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주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소수의 슈퍼파워들이 체제를 전복시킬 기회를 엿보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수직적 조직문화와 연계되어 있다. 수직적 조직문화는 권력을 특정 직위나 개인에게 집중시키며, 이는 고질적인 패거리 문화를 형성하고 소수의 권력이 사악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민주주의의 운영 원리와 상충된다. 민주주의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지만, 수직적 조직문화는 이러한 가치를 훼손한다.


충과 효와 같은 전통적 가치관은 한국 사회의 조직문화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물론 이들 가치는 역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이미 구한말 왕정의 종말과 함께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수퍼파워의 분해를 위해서 우리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민주주의의 구동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자유, 평등, 박애와 같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학교 교육에서 민주주의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역할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할 수 있다.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문화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하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상향식(bottom-up) 소통 문화를 장려하고, 집단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지방 분권을 강화하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여 권력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일반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여야 한다.


12.3 친위 쿠데타는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취약성을 동시에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외부의 도움이나 제도적 장치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재화하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 조직문화 개선, 권력 분산, 시민사회의 활성화와 같은 구체적인 대안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명 그리고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