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

by 치치타타

꿈꾸는 연습을 해본 아이만이 꿈꿀 수 있다.


꿈도 연습이었다니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경우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꿈을 마음껏 꾸기 전에 그 꿈을 빼앗기거나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꿈을 자꾸 꾸다 보면 그것이 비전이 되어가는 것이라는데... 꿈이 설령 이룰 수 없는 것일지라도 비전은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 조벽 교수의 아무리 작은 꿈이어도 꿈 꾸는 아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라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나의 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21살 알 수 없는 강렬한 힘에 이끌려 서울로 상경했었다. 그때 나는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달렸었다. 연극을 보며 내가 처음으로 살아있다고 느꼈던 그 설렘을 도저히 눌러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그 현존의 감각은 나를 미치도록 행복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나는 그렇게 무모하게 돌진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연극을 하며 송두리째 불안했던 삶, 눈물 나게 어려웠던 순간들이 수도 없이 반복되었지만, 나의 꿈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꿈을 비전으로, 가능한 꿈을 향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꼬마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꼬마의 옷과 신발은 아주 재미있게 변해있었다.



꼬마의 말을 들어보니 오늘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보석과 화석을 캤다고 했다. 꼬마는 오늘 하루 내 고고학자였던 것이다. 꼬마는 나를 이끌고 가 흙으로 덮인 세 개의 덩어리를 보여주었다. 그 덩어리를 보며 꼬마의 오늘이 상상이 되어 흐뭇했다.


꼬마는 세 덩어리 중 하나를 꼭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며 봉지에 담아 차에 탔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내가 캔 건 보석이야. 다이아몬드야

우아~~다이아몬드~~ 왕 부자 될 수 있겠다!!! 부자가 되면 무얼 사고 싶어?

지구!


지구는 돈으로 살 수 없잖아. 그러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


풀잎! 풀잎은 파는 게 아니야. 직접 그냥 똑 따기만 하면 돼


또 뭐가 있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거


꼬마와의 대화는 어느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변했다.


글씨, 햇볕, 바람, 엄마, 아빠, 꼬마, 할아버지, 할머니, 바람, 바다, 햇볕, 파도는 살 수도 있고 없기도 하고(직접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우주, 별...


그리고 내 마음에는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꼬마가 캐온 흙이 덮인 눈 덩어리 덕에 우리는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직업이 꿈처럼 그려지고 있는 이 시대에 돈으로 절대 살 수 없고 무한정 내가 충분하게 마음껏 품어낼 수 있는 소중한 꿈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정도로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꿈. 그 소중하고 무한함의 크기가 나의 가슴을 벅차게 했다.

꼬마도 언젠가 자신을 온통 던져버릴 멋진 꿈을 만나길. 그 꿈 안에서 미친 듯이 행복해하길.

그리고 나도 지금 나의 꿈을 고이고이 비전으로 만들어 가길.

작가의 이전글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