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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yeon Feb 11. 2024

결혼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결혼까지 오게 되었지? 

20대 중반 이후의 나를 돌이켜보았을 때, 결혼과 비혼 사이에서 내 마음은 줄곧 결혼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좋은 일자리를 얻거나,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하거나, 여기 저기 여행을 다니며 자유롭게 사는 이들에게 시선을 두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0대 후반에 이르러서도 나는 여전히 미혼이었고, 마음이 사알짝 조급해지는 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혼의 삶을 부정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나와 잘 맞는 동반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다면 더한 행복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자유보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와중에 지금의 남자친구를 소개받았다. 선하게 웃는 모습이 좋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일상의 활력이 되었기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중임에도 꾸준하게 만남을 이어갔다. 서로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부모님 소개로 만난 사이였기에 얼마 되지 않아 결혼 얘기가 나왔는데(프러포즈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집은 이러이러하게 마련할 예정인데 어떤지, 주택청약은 있는지, 결혼은 언제쯤 생각하는지… 등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가기 시작했다), 미래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흐르듯 가다보니 실질적인 결혼준비가 코앞이었다. 


초반에는 결혼을 전제로 한 대화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서로의 집에 인사하러 가고, 날짜를 잡고, 상견례를 하고,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인 결혼준비를 시작하면서 큰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진짜 내가 결혼이라는 걸 하는구나, 혹시 이렇게 중요한 선택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섣불리 한 것은 아닐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간을 두고 더 겪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결혼생활이 행복의 반대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좋은 데 놀러 다닐 때와는 다르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그 안에서 불안감은 더욱더 증폭되었다. 



                          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14144186323530743/



선택의 과정을 짚어본다. 자꾸 불안해하기 보다는 내 선택을 믿고 잘 나아가기 위해서.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더 많이 행복해하고 예상치 못한 힘듦이 다가왔을 때는 그 상황을 잘 감내하며 성장하고 싶기에. 뒤돌아보지 않고, 이 선택이 나의 최선이었음을 인지하며 앞을 보고 가고 싶기에.  


우선, 내 선택에 불안한 요소가 존재함을 인정한다. 

첫째, 약간의 조급함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30대 후반. 나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생물학적 나이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이벤트를 기대해볼 수 없는 시점이 곧 다가올 것이다. 지금 이 기회가 그냥 지나가면 결혼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둘째,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것이 쉽지 않다, 독립해서 내 공간을 꾸리고 싶다는 평소의 생각이 결혼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일종의 현실도피적 사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있지만, 내가 이 결혼을 선택하게 된 더 큰 이유는 남자친구가 좋은 사람이고, 또 좋아하는 마음이 있고, 그가 가정을 소중히 할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이라는 공동의 지향점을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과 믿음이 없었다면 결혼 자체가 하고 싶어도, 생물학적인 나이 때문에 조급해도, 집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내 안에 있는 어떤 결핍이나 고정관념에서 우러나온 선택인지, 나의 건강한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한 선택인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결혼이 현재 나의 의식 수준 안에서, 그동안의 내적 경험 안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임을 나에게 일러준다. 어떤 일이 내 앞에 펼쳐지든, 나는 내 선택을 믿고 나아갈 것이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진행과정을 취소하고 제자리에 머물 수도 있겠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볼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쯤은 붙잡아보고 싶다. 그리고 꿈을 이뤄갈 수 있는 나의 힘을, 그의 힘을 믿어보고 싶다. 설령 혼자였으면 겪지 않아도 될 상처나 고난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장할 것이다. 모든 것이 더 깊은 사랑으로 흘러 들어가기 위한 맥락 안에 있음을, 믿는다. 새로운 삶을 향한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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