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 리뷰 | 감독 저스틴 트리에
개의 시선으로 시작해 개의 시선으로 마무리는 되는 영화!
사람은 있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오직 말 못 하는 개만 진실을 안다.
산드라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다니엘은 진실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런데 다니엘은 앞을 보지 못한다. 청각에 의존한 진실은 완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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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고 나서야 존재가 드러난 산드라의 남편 사뮈엘!
법정에서 사뮈엘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그는 죽었다는 것이다.
사뮈엘이 아들 다니엘과 병원에 가면서 차 안에서 했던 말들을 통해 사뮈엘의 상황을 알려준다. 다니엘은 그 이야기를 법정에서 하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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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진실보다는 삶 쪽으로 기운다.
안내견 스눕은 사뮈엘의 죽음을 처음으로 발견했고, 다니엘의 가족을 옆에서 지켜본 당사자다. 다니엘은 스눕에게 아빠가 먹었던 약을 먹이고 살리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한다. 아빠의 죽음에 엄마 산드라의 영향이 컸다는 것은 알지만 다니엘은 엄마를 선택한다. 아빠는 이미 자신을 떠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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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안내견 스눕의 시선을 중요하게 따라갔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눕이 산드라 옆에 눕는 모습은 사뮈엘과 산드라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사뮈엘은 추락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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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사람들은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진실을 똑바로 마주하며 살고 있는지 냉정하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또한 무엇을 믿고 살아가야 하는가도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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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은 모든 감각을 앗아 갔지만 추락을 해부하는 과정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 더 혼란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인간은 진실과 비밀을 적절한 비율로 숨기며 살아간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인간의 내면은 법정에서, 복잡한 심리는 피아노곡으로 전달하는 감독의 연출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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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간의 감각도 100%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각을 잃은 아들 다니엘과 법정에 선 다니엘을 통해 잘 드러냈다. 갓난아기의 감각 중에서 시각이 가장 나중에 열린다. 가장 먼저 열리는 것은 청각이다. 반대로 죽음에 이르게 되면 시각이 먼저 닫히고 청각이 늦게까지 열려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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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않는 산드라와 시각을 잃은 다니엘. 청각과 시각 모든 감각을 잃은 사뮈엘과 청각과 시각을 모두 갖춘 스눕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눕이 어떤 진실을 알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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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 사뮈엘의 죽음이 있었고 주변인들의 삶도 모두 추락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추락을 해부하면서 산드라와 다니엘, 스눕의 관계는 재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추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뮈엘의 죽음은 그들의 추락을 형상화시킨 것일지도.
진실은 세월이 흐르면 드러나게 되어 있다.
✍ 다음 연재 – 도서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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