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 골짜기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산협의 오후」와 「명상」

by 데미안에너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마흔한 번째 시!

41산협의오후.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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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는 골짜기가 있다


그래도 1937년에는 장난스럽고 어린아이 같은 시인의 감수성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섫다-섧다(뜻은 시 <바다>에 있다.)’, ‘슬프구나’ 같은 근원적인 시대적 숙제가 밑바탕에 존재하긴 하지만 마지막 3연에서 풋~ 웃음이 터진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접하면서 처음으로 웃은 것 같다. 시인의 해맑음을 빼앗아 간 시대에 화가 났다.

순수한 시인의 한 마디.

“아— 졸려.”

조용히 다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시인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산속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잠시 세상과 동떨어져 보는 것? 아주 잠깐 편안할 수 있었던 시인의 삶을 잠시 놓아두고 싶다.

오늘은 생각을 멈추고 바람 소리를 듣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그마저 허락되지 않는 각박함은 아니겠지. 분명히 웃음으로 시작된 단상이었는데……. 쓴웃음으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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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마흔두 번째 시!

42명상.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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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들어간다


윤동주 시인은 산에서, 들에서, 어느 곳에서든 ‘명상’을 했던 것 같다. 장소와 상관없이 자기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데미안’이 그랬다. 데미안은 직접적인 만남으로 싱클레어를 성장시켰지만 윤동주 시인은 시를 남겨 우리를 성장시킨다. 얼마나 감사한지! 내가 지금 윤동주 시인을 만나고 있으니!!

내가 내면을 마주할 때 사용한 방법이 명상이어서 그런지 제목이 확~ 끌리는 시다. 나는 정말 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 결단력과 실천력이 없는 게 아니라 정적일 때 에너지를 받고 그 힘으로 관계를 끌어가기 때문에 정적인 여유는 나에게 소중하다.

명상이란 ‘마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시켜 내면의 자아를 확립하거나 종교 수행을 위한 정신 집중을 널리 일컫는 말’이다. 사전에 나온 말처럼 명상이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인은 바람을 맞으며 명상을 한 듯하다. 1연에서 바람을 느끼고 2연에서 눈을 감은 채 내면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무엇을 향한 연정(戀情)이었을까? 사전에 명시된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이었을까? 시인은 언어에 담긴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골골히 스며드오.’에 답이 있을 텐데! 이 시어를 ‘골골이’로 해석한다면 ‘각각의 골짜기마다’라는 뜻이 된다. 윤동주 시인의 내면 골짜기마다 ‘연정’은 스며들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든, 가족이든, 민족이든, 내면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든 핏줄처럼 퍼져 자신을 들여다봤을 시인의 얼굴을 나는 글자로 들여다본다.

나에게로 들어가는 명상이 그립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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