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으니 시도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소낙비」와 「한란계」

by 데미안에너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마흔세 번째 시!

43소낙비.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

소나기는 지나간다


소나기가 내리는 풍경을 시각화한 시다. 무섭도록 자신을 자책하고 용서하는 시인의 마음이 다가온다. ‘살같은 비가 살처럼 쏟아진다’고 했다. 여기서 ‘살’은 무엇일까? ‘화살’처럼 비가 쏟아지고 그 화살이 자신의 ‘정원’에 떨어져 ‘호수’를 만드니 얼마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가!

<서시>에 쓴 것처럼 시인은 괴롭지만 선택을 한다. 5연에서 홍수를 이겨낸 ‘노아’처럼 현실의 고통을 견뎌낸다. ‘노아 때 하늘을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힘든 선택과 책임을 진다. 그리고 다시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고 걸어간다. 소나기는 지나가기 때문이다.

정적이고 서정적인 시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주 어지러운 시인의 마음이 들렸다. 흐려진 호수는 ‘벼루짱 엎어논 하늘’ 때문에 더 짙어진다. ‘정원’을 잃고 호수가 돼버린 화자의 마음은 다시 하늘을 본다. 자신의 정원을 호수로 만들어버린 하늘을 ‘한 모금 마시’고 희망을 갖는 시인의 마음이 얼마나 어지럽고 시끄러울지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화살 같은 비를 온몸으로 맞는 시인의 용기는 알 것도 같다. 아직 나는 그런 용기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서 나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천착하여 자신을 찾고자 했던 시인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렇다! 한참 부족하지만, 시도는 해 본다! 살아 있기 때문이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마흔네 번째 시!

44한란계.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

내 마음의 온도


한란계란 ‘기온을 측정하도록 만든 온도계’를 말한다. 시인은 이 한란계를 의인화하고 입체화한다. 한란계를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관찰한 후 낯설게 하며 쓴 시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한란계가 말을 거는 듯하다. 기온을 알려줄 테니 준비하라고! 인생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다가오는 시다.

시인도 ‘가만 가만 혼자서 귓속이야기를 하였습니다.’라고 했다. 한란계와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일까? 날씨 이야기를 한 건 아닐 것이다. 하루하루 기온이 달라지고 우리 내면의 기온도 차이가 난다. 우리들 마음의 온도는 차이가 심하다. 마음의 기온을 알려주는 한란계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따뜻한 온도를 가진 사람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시인도 ‘해바라기 만발한’ 시절이 ‘추운 겨울’보다 좋다고 했다. ‘진실한 세기의 계절을 따라’ 자신의 포지션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따뜻한 온도를 타인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진다. 한란계의 온도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타인에게 진실한 따뜻함을 전해주었을 것이다.

내 마음의 한란계는 몇 도일까?

설마 고장 난 건 아니겠지?

내 마음의 온도가 상대를 진실한 온도로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

모두의 온도가 모여 빛을 이루면 좋겠다. 오늘은 그런 마음이다.


#윤동주시인 #소낙비 #한란계 #하늘과바람과별과시 #초판본 #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