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황혼이 바다가 되어」와 「아침」
스무 살 젊은 시인이 이제 성인의 삶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다가왔던 시기에 쓴 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왜 청년은 ‘황혼’을 봤을까? 일출이 아니라 황혼이라니!
5연에서 ‘이제 첫 항해하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대학생이 되어 새로운 출발점에 선 시인이 6연에서 ‘수많은 배와 함께 황혼이 지는 바다 물결에 잠겼다’고 했다. ‘항해’라는 말은 거친 바다 물결을 헤치고 망망대해 위에서 자기의 길을 찾아 움직이는 걸 말한다. 단단한 각오를 가지고 임하는 상황이어야 한다. 그런데 시인은 ‘항해하는 마음을 먹고’ 황혼이 진 ‘물결’에 잠겼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청년과 신자유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의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항해’를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바다로 나가는 슬픈 청년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초라하고 작은 항해를 시작하지만 물결은 어딘가로 배를 안내할 것이다. 이미 수많은 배들이 잠겼는데 더이상은 안 되는 일이다. 항해를 해 봤던 사람들이 나침반이 되던지 등대가 되어야 할 때이다.
시인은 2연에서 ‘검은 고기 떼’가 날아 ‘물든 바다’를 ‘횡단’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항해’를 선택했다. 가라앉을 것을 알면서 ‘항해’를 선택한 시인이다.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쳐보려는 시인의 다짐 같은 게 느껴진다. 황혼을 바라보고 현실의 고통으로 아파하지만, 그 현실 속으로 기꺼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시인의 용기가 내 마음으로 들어와 이 세상으로 터져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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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침을 어떤 감각으로 느낄까? 휴대폰에 저장된 다양한 알람 소리로? 따스하게 들어오는 햇살로? 시인은 청각으로 느꼈지만. ‘채찍질로 어둠을 쫓는’ 걸 보면 어느 겨울의 바람 소리일 수도 있고 시대적 배경으로 들어가면 일제강점기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썼을 확률이 높다. 나는 시대적 배경은 접고 내 단상斷想들로 넘어가겠다.
시인은 자신이 사는 ‘동리(洞里)’의 아침에 대해 말한다. 2연에서 ‘땀물’ 뿌려가며 아침을 만들어갔던 사람들의 노력을 얘기한다. 그리고 3연에서 확실하게 ‘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다고 말한다. ‘노력의 땀방울’이 ‘구김살 없는 아침’을 만들었고 자신은 그 아침을 ‘심호흡’하고 또 한다고 말한다.
‘구김살 없는 아침’이라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냔 말이다!!!
내 표현에 주눅이 든다.
적어도 오늘 아침은 ‘구김살 없이’ 맞고 싶다. 이 표현 뒤에 어떤 말도 붙일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심호흡을 하러 가야겠다. 언제까지 아침을 맞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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