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빨래」와 「꿈은 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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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순수하고 깨끗한 시다. 슬픈 시어들만 골라 쓰던 시인이지만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었구나!
그래서 나는 더 슬퍼진다. 어린아이 같은 내면을 간직할 수 없었던 시인의 시대가 슬프고 안타깝기 때문이다. 어떤 위대한 사람도 자신이 살던 시대의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그러니까! 빨래처럼 ‘햇발’에 말릴 수 있는 아픔들이라면 좋으련만! 자꾸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간다!
요즘은 빨래를 줄에 널지 않는다. ‘흰 빨래들이 귓속 이야기’ 할 수 있는 조건을 얻기 힘든 시대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는 말이다.
나는 2연에서 ‘햇발이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는 표현에 머무른다. 현대인들은 크고 아름답고 눈에 띄고 화려한 것만 찾는다. 하지만 시인은 ‘아담한 빨래’에 시선을 둔다. 빨래가 마르는 과정을 멀리서 바라보며 ‘아담한’ 삶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아담한’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에 햇살처럼 하얀 빨래를 바라보는 시인의 짧은 시간을 응원하고 싶다.
햇살이 가득한 날,
내 인생에서 ‘아담한’ 무언가를 찾아 귓속 이야기하며 순수함을 꺼내 ‘빨래줄’에 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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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 날짜를 살펴보면 송몽규와 관련된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잠에서 눈을 떠도 유무(幽霧)’만 보인다. 눈을 떠도 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운 상황이다. ‘꿈은 깨어지고 탑(塔)은 무너졌다.’
윤동주 시인은 이 시기에 시련을 겪는다. 그 속에서 내면의 갈등과 두려움이 있었을 테지만 윤동주 시인은 현실이 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걷는다. 도망가거나 핑계 대지 않고 삶을 마주한다. 뒷걸음질하지 않는다. 현실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두렵지만 용기를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실천의 힘!
침묵하고 실천하는 윤동주 시인의 내면이 튼튼하다. ‘꿈은 깨어지고 탑(塔)은 무너’졌다는 것을 알지만, 길을 걷는 시인의 마음이 눈물겹지만 그만큼 내면이 성장할 시인을 만날 수 있으니 현실을 극복하는 그를 응원하고 싶다.
꿈은 깨어졌을지 몰라도 현실은 그대로 깨어 있다. 꿈은 또다시 꾸면 되지만 현실이 무너지면 다시 쌓기가 어렵다. 탑(塔)이 무너지면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처럼!
시인의 마음이 얼마나 어지러웠을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나는 현실에 발을 디디고, 단단히 딛고 유무(幽霧)를 헤치며 당당하게 걸어가 볼 생각이다. 유무(幽霧)는 시각을 차단해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만 다른 감각들을 날카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감각들이 살아 있으니 오늘을 용기 있게 살 수 있다. 그러니 한 걸음만 움직이자! 딱~한 걸음만! 그러면 바로 다음 걸음을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의 무게감과 소중함을! 그렇게 계속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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