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공간!

해저 2만리 | 쥘 베른 지음 | 질베르 모렐 그림

by 데미안에너지

『해저 2만리』리뷰 내용, 5컷으로 미리보기!

“AI생성 이미지입니다.”

상상을 현실로 끌어내다


1해리는 1.8㎞, 2만 리는 7854.54545㎞가 된다. 지구의 둘레가 약 4만㎞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해저를 2만 리나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해저의 모습과 생물들을 그대로 믿게 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읽어야 한다. 당최 해저 생물의 이름도 낯설 뿐 아니라 묘사만으로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인터넷을 달고 살아야 했다. 조개류, 산호류, 물고기 등 다양한 해양 식물과 동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검색해 가면서 책을 읽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해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과학적 지식도 필요했다. 그나마 중요한 동물들이나 배 등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묘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해저 생물들을 하나하나 다 찾느라 고생했다. 바다 생물 도감이 있어도 책에 나오는 만큼은 안 될 것 같다.

또 한 가지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책이 출간된 시대이다. 저자인 쥘 베른은 19세기 사람이다. 현재의 과학으로도 해저의 비밀은 미지수다. 검색 결과 마리아나 해구의 공식 최대 깊이는 10,984m이다. 21세기인 지금도 바다의 가장 밑바닥에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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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인간이 꿈꾼 21세기 기술


책에서 네모 선장은 해저의 밑바닥까지 갈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실물인 잠수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19세기에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노틸러스호라고 이름 붙여진 잠수함을 신뢰하게 된다. 이 잠수함을 타고 해저를 함께 여행하고 싶어진다. 포로의 신세가 아니라면 말이다. 굳이 SF(Science Fiction)라는 장르로 분류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책을 읽다 보면 SF보다 더 정밀한 과학적 사실을 가지고 설명한다는 점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책 속 배경이 1866년(도서 출간은 1870년이다.)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노틸러스호는 21세기 기술력을 가진 잠수함이다. 신비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노틸러스호의 네모 선장은 왜 인간을 떠나 바다를 고향으로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 뿐이다. 소중한 가족과 관련된 일로 추론할 수 있다. 책에 깔리는 복선이 그렇다. 쥘 베른의 작품 『신비한 섬』을 읽어야 할 것 같다. 그 작품을 보면 네모 선장의 과거와 왜 인간 세계를 탈출하고 인간을 증오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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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에 질서를 부여한 작가


『해저 2만리』의 서술자인 피에르 아로낙스 박사는 하인 콩세유와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타게 된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이 거대한 괴물을 발견했다는 소문 때문이다.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떨어진 아로낙스 박사와 콩세유, 고래잡이 네드 랜드는 네모 선장의 잠수함 노틸러스호에 노예처럼 붙잡힌다.

노틸러스호에서 경험한 다양한 일들은 아로낙스 박사에게는 훌륭한 연구자료가 되었다. 하지만 캐나다인 네드에게는 향수병만 불러일으키는 힘든 여정이었다. 아로낙스 박사는 노틸러스호를 타고 ‘해저 사냥, 토러스 해협, 파푸아의 야만인들(당시 제국주의의 시선일 것이다.), 좌초, 산호 묘지, 수에즈의 해저 터널, 산토리니 섬, 크레타 섬의 잠수부, 비고 만의 보물, 아틀란티스, 유빙, 남극, 얼음 감옥, 대왕오징어와의 격투, 멕시코 만류를 따라가다가 겪은 폭풍우, ‘방죄르’호, 승무원을 태운 채 침몰하던 전함의 그 처참한 광경’ 그리고 목숨을 건 탈출까지!

아로낙스 박사의 서술을 따라 함께 해저를 여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작가의 치밀한 자료들에 감탄하며 읽을 수밖에 없다. 당시 조사할 수 있는 해양에 대한 모든 자료들과 작가의 상상력(공상과 다르다. 공상은 그냥 수많은 이미지들이 임의대로 나열된 것이지만, 상상력은 이미지들에 일정한 질서가 부여되어 무언가를 창작하는 능력을 말한다.)이 독자를 믿음이라는 구조 속으로 끌어당긴다.

이 작품은 작가 쥘 베른이 미래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내용이 사실적이다. 도저히 허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집요한 기자보다 더 치밀하게 작품을 조사하고 질서를 부여하여 상상력으로 집필한 작품이 바로 『해저 2만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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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를 네모 선장


네모 선장의 깃발에는 검은 바탕에 영문 ‘N’이 쓰여 있다. 네모는 라틴어로 ‘아무도 아니다’라는 뜻이다. 검은 깃발은 해적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네모 선장의 깃발은 스스로 인간이 만든 문명을 거부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네모 선장이 바다를 자신의 터전으로 삼은 건 육지가 상징하는 문명에 대한 비판일지도 모른다. 또한 육지로 대표되는 삶이 옳은 것처럼 받아들이는 선입견과 고정관념들에 대한 일침일지도 모른다.

작품을 읽으며 해저 2만리를 간접 체험하면서 바다를 동경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과 자유에 대한 갈망, 과학자의 자세와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네모 선장의 잠수함은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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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애거서 크리스티 코드 The Agatha Christie Code』 연재,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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